밀란이랑 오늘도 걱정말개 - 노잼 일상을 부수러 온 크고 소중한 파괴왕
오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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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 밀란이랑 오늘도 걱정말개 / 오혜진 지음


온순한 성격이라 앞을 볼 수 없는 맹인들을 위한 길 안내견으로 유명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축 쳐진 촉촉한 눈으로 그윽하게 올려다보면 세상에 이렇게 예쁜 개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리트리버는 크기가 크다보니 아무래도 사람들이 키우려는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은 견종이다.

평소 개를 좋아하지만 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데다 오래 전 개를 키우며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몸소 체험했기에 반려동물을 맞는 것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데 내가 키우는건 힘들어도 외출할 때 만나게 되는 동네 개들을 보면 그렇게 이뻐보일 수가 없다. 흡사 남의 아기는 예쁘지만 내가 낳아 키우는건 또 다른 문제인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듯한데 여튼 외출 시 래브라도 리트리버만 보면 딸아이와 나는 견주가 당황하리만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그 정신없이 눈에 담아두곤한다. 그래서! 내가 키우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견종이기에 그 주인과 개의 삶이 어떤지 너무 궁금했던 마음이 이 책을 보며 마구마구 샘솟았다! 직접 키우지 못하니까 대리만족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지랄발광 파괴멍인 성별 여의 '이밀란', 동그랗고 큰 눈이 어찌나 촉촉한지 책을 펴고 사진을 마주한 순간 나는 블랙홀을 마주한 것처럼 그 눈에 빨려들 수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인생을 득도한 사람의 깊은 눈을 보는 것 같아 뭔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그 눈은 이어지는 이야기에 숨을 참는 헙! 소리를 내기에 충분한 내공을 마구마구 발휘해준다.

3대 악마견이라 불리우는 코카스패니얼을 두마리나 키워봤던 내공을 가졌기에 주변에서 외로운데 개 한마리 분양해서 키워볼까?라는 가벼운 어투를 들으면 발끈해서 개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마음가짐 또한 얼마나 중요한건지에 대해 너무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게 될 때가 많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착하게 보이는 리트리버라도 키우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텐데...란 걱정이 살짝 들었더랬다. 그런데 책을 펼치니 기대했던 것보다 더더더더 활발한 밀란이를 보고 '우와.....'란 말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 같다....ㅋㅋ

 

 

최근 웹툰으로 그려진 개나 고양이 일상을 담은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며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은 장마다 담긴 밀란이의 사진과 함께 하단의 해시태그엔 밀란이의 시선이 담긴 글과 견주의 생각이 담긴 글이 교차하여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밀란이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라 이런 상황에서 개들은 이렇게 생각하겠구나..싶어 개를 키워봤지만 미처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간이 아니더라도 개와 함께 산다는 것 또한 큰 결단이 따르며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되어 개를 이해하게 되고 개를 통해 내 자신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예전에 개를 키우면서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분명 그것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개와 함께 살았던 기억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내가 키웠던 개가 하늘나라에서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할지엔 솔직히 자신이 없다. 개를 키우면서 벽지를 물어뜯고 운동화 뒤축을 갉아먹으며 털뭉치를 날리는 등 개가 주체하지 못하고 행했던 결과물보다 내가 힘들다고, 개의 입장을 더 이해하지 못하고 나무라고 화를 냈던 것들에서 오는 정신적인 고통이 더 컸기에 지금도 개를 좋아하긴하지만 쉽게 키울수가 없다. 그래서 밀란이의 견주가 화내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마음 아파 우는 글에서는 많은 공감이 되었다.

온순할 것 같고 천사견으로 비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환상에 젖어 덜컥 밀란이를 입양했던 개무식자 밀란이 견주의 좌충우돌 견생일기를 보며 나의 엣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더 몰입할 수 있었고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 독자들은 밀란이의 다음 책을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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