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고발>이란 소설을 통해 북한 소설을 처음 접했다. 북한이 처해있는 여러가지 정치적, 경제적, 외부적인 요인이나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밝은 내용은 아닐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내용이 꽤 묵직하고 나름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북한이란 곳이 주는 흥미로움에 들었던 첫 소설이 너무나 사회적이어서 이 책을 봤을 때도 호기심에 덥석 집을 수가 없었더랬다. 더구나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라는 다소 철학적이기까지 한 제목에 다가서는 것부터 몇번의 고뇌가 뒤따랐던 소설이었는데... 막상 읽기 시작했을 땐 의외로 너무 재밌어서 중간에 놓을 수가 없었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는 북한 소설인만큼 대한민국에서는 쓰지 않는 생소한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단어 옆에는 괄호로 표시하여 우리말 뜻이 붙어져 있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데 그렇게 생소했던 단어 속에서 북한이 고향이었던 아버지가 쓰시던 단어 몇개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왠지 뭉클하고 반갑기도 하였다.
삼십여년을 부부로 살아온 홍유철과 진순영의 아들을 걱정하는 대화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대학 박사원에 다니던 시절 홍유철과 진순영의 풋풋한 모습으로 거슬러 올라가 진순영이 전혀 관심도 없던 홍유철에게 끌리게 된 배경을 재미나고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다. 본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살던 순영이 가망없는 병에 걸려 입원한 어머니 간호를 하던 중 어머니가 홍유철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죽음이란 단어에 자신의 생을 정리하던 어머니를 웃게 만드는 홍유철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데 홍유철이 병문안을 와서 어머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어릴 적 주거니 받거니했던 만담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빵 터지는 부분도 있었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해 어제 재미있는 이야기도 오늘은 흥미거리를 주지 못하는 시대에 홍유철이 쏟아내는 우스개소리는 대한민국에서는 자칫 재미없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는데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실없이 들리지 않고 오히려 순수하게 다가와 뭔가 의외성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홍유철과 진순영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어느 곳이나 자식과 부모간의 공통 분모로 다가왔고 학업에 대한 그들의 고민 또한 대한민국 부모들이 걱정하는 그것과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회주의라서 거센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전쟁을 치르는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부모, 자식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고 일생에 대한, 퇴직 후 노후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는 글은 예상했던 것과 달라서 기존에 읽었던 소설과는 많이 다르게 다가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