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무소의뿔 / 다시, 만나다 / 모리 에코 소설

다시, 만나다 /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 / 마마 / 매듭 / 꼬리등 / 파란 하늘의 6편이 실려 있는 모리 에코의 <다시, 만나다>는 책 제목인 다시, 만나다가 첫 번째 이야기로 등장한다. 

 

그가 여기 있다는 것도, 내가 여기 있다는 것도.

벌써 오래전에 끊겼다고 생각했던 인연의 끈이 아직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도.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 미대생이었던 사와다는 친척이 여는 카페의 메뉴판이나 컵받침 등을 디자인해줬었고 그것이 연이 되어 졸업하기 전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하게 되지만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해석과 자신이 그린 그림에 대한 고민을 해야했고 그것이 이어지던 나날 속에 주간지 소속이었던 나리키요를 만나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에 둘레를 쳤던 허들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가 될 즈음 사와다는 그림이 아닌 조각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나게 되고 2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되돌아와 나리키요와 만나게 되지만 전과 다른 이미지와 느낌의 사와다를 보고 적잖이 놀라게 된다. 푸근한 느낌이었던 첫 번째 나리키요와 유학 후 의상부터 달라진 나리키요, 이 후 두 사람의 연은 오랫동안 끊어지게 되고 7년이 흐른 후 개인전을 열며 나리키요를 초대했던 사와다는 나리키요와 오랜만의 재회를 하게 된다. 세월이 흘러 나이듦을 거스를 순 없었지만 두 번째 만남에서 좀처럼 적응할 수 없었던 그의 이미지는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갔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활기를 보이는 나리키요를 보며 사와다는 만남과 이별, 다시 만남의 인연을 생각한다.

이후에 등장하는 이야기에서도 방식과 상황을 달리하는 만남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는 참 다양한 만남이 존재하지만 그저 소설속에서만 만나게 되는 이야기란 생각에 문득 나의 삶 속에서도 수 많은 만남이 존재했다는게 떠올랐다. 가슴 설레이며 잠 못 이루던 첫사랑과의 만남, 학교를 다니며 맺었던 친구들과의 만남, 사회에서의 낯설고 어리숙했던 만남들, 그 모든 만남이 좋기만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좋은 인연으로 인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생각에 그럼에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소설을 읽다가 뚱딴지 같이 느끼게 되는 행복이라니...그런 고마움과 행복함을 때때로 놓치고 살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뭉클해지는 내 자신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모리 에토'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었는데 일본풍 소설의 잔잔함과 의외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요소들에 생각할 겨를 없이 몰아 보는 소설이 아닌 단편들이 끝날 때마다 머릿속에 남은 잔상을 정리하며 쉬어가듯 읽게 되었던 단편들이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