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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평점 :

book by PUBLY / 도쿄의 디테일 / 생각노트 지음
'디테일'이란 단어에 우리말로 해석되는 '섬세함' 외에 많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 책 <도쿄의 디테일>을 보고 알았다.
book by PUBLY의 책은 작년에 읽었던 <일하는 여자들>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인데 많이 만남은 아니지만 역시 만날 때마다 기존의 것과 다른 발상의 전환과 산뜻함에 매료되곤 한다.
<도쿄의 디테일>은 2017년 12월 2일부터 6일까지 4박 5일 동안 도쿄를 여행하며 기록했던 발견과 영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노라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그 짧은 여행기간에 이렇게나 많은 발견을 해낸게 놀랍기만하다. 거의 같은 일정동안 일본을 여행하며 내가 느끼고 보았던 점과 비교한다면 나의 여행은 무엇이었을까? 자문하게 만드는 내용들이라 더 감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일본의 편의점에만 가도 일본인들의 완벽함과 배려심을 추구하는 성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외 일정이 잦은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에 나와 일본의 편의점 예찬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내가 느꼈던 점을 똑같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기본적인 사람의 마음은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역사적 관점에서 일본에 대한 인식은 해묵은 과거사가 따라와 일본이란 나라에 엄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인데 뼛속 깊이 각인된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일본 여행을 하면서 그들을 다시 보게 됐던 계기가 되었다. 화난 사람처럼 보이는 얼굴과 여유없음에서 오는 메마른 느낌의 한국인들의 인상때문에 길치인 길을 묻는 일이 많은데 한국인들에게는 쉽게 말을 걸 수 없어 아무나 잡고 길을 물어보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느낌에서인지 인상이 다소 쎄보이는 얼굴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고민이 있는 나로서는 길에서 누군가 길을 물을 땐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아무튼 크게 차이나지 않는 한국인들의 인상과 달리 일본에 갔을 때 길을 헤매다 용기내어 길을 물어봤던 일본인은 활짝 웃으며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었더랬다. 그때부터 아마 일본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씩 사라졌던 것 같다. 그것이 속 이야기를 숨기며 겉으로 온화한 척을 하는 일본인들의 습성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일본을 여행하며 보고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 한국과는 다른 점들이 눈에 띄었고 생각보다 꽤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와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도쿄의 디테일>에서는 내가 받았던 일본의 그런 느낌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도쿄에 이렇게나 많은 디테일이 있었던가 싶을만큼 다양한 배려심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혀를 내두르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일본인답다라는 말을 내뱉게 될만큼 그들이 만드는 물건이나 장소 등에서 디테일이란 이름으로 표현되는 또 다른 이름의 배려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의 수 많은 디테일을 엿보며 한국에서도 도입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초록불 신호 연장 버튼이었는데 우리나라 군포시에서도 작년에 최초로 생겨났다고하지만 더 많은 곳에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것들이 도입되지 못했을까하는 의문이 들어 그들의 디테일이 더 대단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최근에 근교로 가족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펜션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외관이 좋아서 감탄했던 적이 있었는데 숙소에 도착해서 둘러보던 중 여분으로 준비된 비닐봉투를 보고 의외의 배려심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리조트나 콘도, 펜션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용 캐리어 안이나 소지하고 다니는 가방에 항상 여분의 비닐봉투를 챙기고 다니는 나로서는 묵었던 숙박시설에 비닐봉투가 준비되어 있는 것을 본건 처음이었던지라 리조트의 세심한 배려심에 감탄을 했었는데 누군가 비닐봉투 한장에 무슨 감동을 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은 여성들이라면 비닐봉투의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별다를 것 없이 다가올 수도 있는 비닐봉투에 나는 리조트측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을 했으니 이런게 바로 고객이 느끼는 디테일일 것이다.
비록 거창하고 비싼건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배려가 느껴진다면 이미 그것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감동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들의 디테일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에 다양함이 있다는 것을 보면서 조금 속상한 기분도 들었지만 반대로 배려심에 대해 생각해보게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