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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 - 성추행범의 심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법
사이토 아키요시 지음, 서라미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1월
평점 :

인물과사상사 / 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 / 사이토 아키요시
성추행범들은 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
성추행범들의 기저에 깔린 여성들에 대한 인식과 성추행범 개인의 인식을 벗어나 사회적인 측면과 그 방안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책 <왜 함부로 만지고 훔쳐볼까?>
나는 고등학생 시절 버스 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던 적이 있었다. 정말 멀쩡하게 생긴 아저씨여서 처음엔 차가 흔들려서 본의 아니게 몸이 밀착이 되었나보다란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그렇게 사람이 발디딜 틈 없이 비좁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등뒤에 바짝 달라붙어 중요 부위를 내 엉덩이에 비비는 것을 느끼고서는 몇번 아저씨를 노려보았더랬다. 그저 버스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려보는 것밖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으므로 당황스러운 마음과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할지, 내가 여기서 아저씨한테 불편한 말을 전하면 아저씨가 발뺌하여 나를 이상한 아이로 몰아붙이진 않을까라는 여러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지만 그 당시 나는 아저씨가 있는 곳에서 떨어진 곳으로 피하는게 고작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며칠동안 내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던 내 자신에 대한 질책과 버스안에서 그 아저씨를 만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한참을 한동안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학교를 다녔더랬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누구에게 말을 할수도 없었고 사람은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아마 여성이라면 살면서 이런 성추행 경험 한두번쯤은 있을 것이다. 참으로 다양한 그들의 몰지각한 신체 접촉은 분노와 자기혐오에까지 빠지게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악질로 다가오지만 정작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에겐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점점 지능화되는 세상에서 나 뿐만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읽게 되었는데 내용을 볼수록 그저 놀랍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많은 성추행범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로 인해 소위 말하는 '스위치'가 켜진 성추행을 저지르곤 한다. 회사에서 과도한 업무와 상사의 트러블이 누군가의 신체를 만지는 사이 해소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변명은 성추행범들이 스위치가 켜졌다는 표현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정신을 차려보니 누군가의 신체를 만지고 있었다는 변명은 성추행범들이 의외로 시간과 공간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성추행을 저지르는 사실에 비추었을 때 그저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과 남녀평등에 어긋난 사회 인식 자체가 성추행범들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저자가 일본인이기에 일본에서 일어나는 성추행범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등을 고려할 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정이기에 더 공감하며 읽게 됐는데 인지 왜곡에 따른 성추행범들을 비롯한 남성의 뿌리깊은 곳에 자리한 여성에 대한 인식은 가뜩이나 살기 힘든 세상, 당하는 입장에서 파렴치한 그들의 심리까지 알아야한다는 사실이 꽤나 짜증스럽게 다가오기도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인지 왜곡면에서 여성들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들을 발견하면서 결국은 상대방의 의사나 신체를 존중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며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점점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는 세상에서 상대방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난무하는 성추행범들의 행동을 볼 때 앞으로의 사회 또한 더 밝아지리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한편으론 고민스럽게 다가왔던 문제점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