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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평점 :
네오픽션 /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 조선희 장편소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고 셋이 아홉이 되면
놀이는 다시 시작된다.
아홉이 여덟이 되고 여덟이 일곱이 되고 일곱이 하나가 되니
놀이는 끝난다.
열일곱 살이었던 태이와 국수, 종목, 연서, 열리, 명진, 용주는 석수장이 김이알의 작업장에서 비밀스런 놀이를 시작하게 된다. 놀이란 것은 소리나무들을 불러들이는 것이었고 우연히 할아버지 서재에서 비밀스런 일기장에 쓰여진 놀이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면서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재호를 죽음으로 몰고간 일진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태이가 친구들을 모아 시작된 것으로 소리나무를 불러모아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해주는 댓가가 따를 것이리란 석수장이 김이알의 이야기보다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간 분노에 차 있던 태이는 그렇게 친구들과 소리나무를 불러들이는 비밀스런 놀이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에 참가했던 연서가 실종되는 사건과 재호를 죽음으로 몰고간 다섯명의 일진이 얼굴만 남겨두고 온몸의 뼈가 산산조각나는 죽음에 이른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태이의 할아버지는 비밀 놀이에 가담했던 아이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가족들에게 아이들을 멀리 보내라고 설득하고 그렇게 종목을 제외한 아이들은 모두 그곳을 떠나 15년이란 세월이 흐르게 된다.
자신으로 인해 좋아하던 연서가 실종되고 고향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 비밀리에 진행되던 놀이로 인해 친구들과 연락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15년이 흐른 어느 날 국수가 비밀 놀이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며 시골에서 보자는 연락을 남기는 것을 시작으로 고향에서의 조우를 기대하지만 고향으로 향하는 중 국수가 실종되고 국수와 친했던 용주 또한 연극 무대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이은 실종사건을 쫓던 강형사는 두 사건이 연관된 것임을 직감하게 되고 사건을 수사하면서 15년 전 발생한 비밀스런 놀이의 실체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놀이에 가담한 아이들은 저마다 하나씩의 나무를 통해 자신이 직접 할 수 없는 일을 소리나무가 해주는 댓가를 지불해야하지만 실제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았던 일진을 향한 복수를 했던 태이 말고 다른 친구들은 소리나무에게 별다른 부탁을 하지 않았지만 놀이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소리나무를 알아맞춰야하는 수수께끼를 안게 되고 내 얼굴을 한 '그것'으로부터 나는 누구냐는 물음에 시달려야 한다. 나는 누구냐는 물음에 답을 이야기하면 자유로울 수 있지만 그 대답을 알지 못하면 나의 얼굴을 한 '그것'의 등장으로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야하고 비밀스런 놀이를 발설하게 되거나 다른 사람의 답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소리나무에게 먹히게 된다.
소리나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태이와 종목은 할아버지 서재에 있던 비밀 기록을 쫓아 수수께끼를 해결할 수 있는 답에 점점 다가가게 되고 과연 '그들은 그것'의 실체를 없애고 소리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라는 특이한 제목과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자극하는 미스터리라는 소설이라는 문구에 강렬한 호기심이 들었던 이 책은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던 괴담에 등장하곤하는 나무들의 이야기를 모아 탄생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손바닥보다 더 큰 나뭇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을씨년스럽게 보일 정도로 으스스한 광경을 자아내는 오동나무에 사람이 목을 매 죽은 적이 있어 집으로 돌아가는 밤길에 그 나무를 쳐다봐서는 안된다는 동네 언니들의 짓궂은 이야기 때문에 한동안 밤에 나무를 쳐다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한참이 지나서야 어른들을 통해 언니들이 동생들을 겁주려는 장난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구름 한점 없는 밝은 달빛 아래 거대한 오동나무의 섬뜩한 느낌을 잊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런 이미지가 소리나무들의 이미지와 크로스되어 더욱 섬뜩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나무라는 소재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괴담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소리나무들이 어딘가에 '그것'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아 두리번거리게 되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