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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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 동트기 힘든 긴 밤 / 쯔진천 지음



최근  찬호께이, 레이미, 천지무한 등의 작가들 소설을 만나며 강한 흡입력과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에 중화권 사회파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던터라 아직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이란 소설도 자연히 관심이 가지게 됐다.

이미 중국에서는 레이미, 주하오후와 함께 추리소설계 3대 인기 작가로 손꼽히는 작가라는 '쯔진천', 무엇보다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작가의 소설이라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다.

2013년 3월 2일 화창한 토요일 장시 지하철 1호선 시후 문화광장역, 꼬질꼬질한 행색의 사나이가 술냄새를 풍기며 트렁크를 끌고 지하철로 진입한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보안검색대를 지나쳐야했으나 남자는 보안요원이 트렁크를 열어보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이불밖에 없다며 열어보기를 거부한다. 이것은 작은 실랑이로 번지기 시작하고 이에 보안요원이 지원을 요청하는 것에 당황한 남자는 안에 폭발물이 들었다며 트렁크를 열면 안된다고 소리를 지른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사건으로 인해 보안요원들도, 경찰들도, 시민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폭발물을 제거하기 위해 탐지기가 동원되고 다행스럽게도 폭발물이 감지되지 않는 트렁크를 여는 순간 사람들은 경악하고 만다. 트렁크 안에는 나체의 한 남성 시체가 들어있었고 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남성은 체포되어 연행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체포된 남성은 대학 법학과 교수였다가 교직에서 물러난 후 변호사로 활동하는'장차오'라는 인물이고 트렁크 안에 들어있던 시체는 장차오의 제자였으며 한때 검찰원의 검찰관이었지만 뇌물수수와 도박, 여자관계로 인해 이혼 후 기위에 고발돼 징역을 살다 나와 검찰원의 지위가 박탈된 '장양'이었다. 장차오는 장양이 징역을 살다 나온 후 살 곳이 없어 자신의 집을 빌려주었고 전처와 재혼한다는 그의 말에 돈까지 빌려줬으나 갚지 않고 다시 도박에 쓴 것을 알고 몸싸움을 벌이다 우발적으로 죽인 것이라고 자백하고 모든 상황과 물증이 장차오가 장양을 죽인 것이 결백해진 상황에서 장차오가 범행을 시인하면서 그대로 종결되려는 찰나 장차오는 말을 바꿔 장양을 죽이지 않았으며 경찰들의 압박에 의해 거짓 자백을 한 것이라고 번복한다. 이에 모든 증거가 일치했던 상황에서 장차오가 장양을 죽여야했던 그날 밤 베이징에 있어 장양을 죽일 수 없었다는 헛점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이 사건을 맡게 된 '자오테민'은 공안청 부청장님이 붙여준 '옌량'과 함께 장차오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트렁크 시체사건'의 전말을 쥐고 있는 장차오에게 사건을 묻는 옌량에게 장차오는 자신은 장양을 죽이지 않았으며 장양의 신변 먼저 조사해보라는 이야기를 던지고 이에 자오테민과 옌량은 장양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그 뒤로 장차오는 마치 스무고개를 넘듯이 힌트 하나씩을 던져주며 옌량과 자오테민이 수사를 계속하며 진실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트렁크 시체사건'의 전말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십여년 전 장차오의 제자였던 '허우구이핑'이 먀오가오향에 교사로 부임하면서 제자인 미성년 소녀들의 성폭행 사건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임까지 당하게 된 사실과 그런 배경에는 핑캉시의 거물 '쑨훙윈'이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밝히기 위해 검찰관 '장양'과 형사 '주웨이', 법의학자 '천밍장'이 합세하며 십여년 동안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주변의 모략으로 직위에서 좌천되거나 징역을 가거나 직위에서 해제되는 등 결국 진실을 밝힐 수 없음에 좌절하고 진실은 권력 앞에서 거짓이 되어버리는 썩어빠진 세상에 빛이란 없어 보인다.

십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남자 장양, 어찌보면 무모해보이고 자신의 삶이 망가져가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타협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그 길을 걸어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정의의 사도라는 이미지보다는 왠지 모를 답답함에 화가 치밀 지경이다. 더군다나 그에게는 가족이 있는데도 장양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내와 이혼을 하면서도 남몰래 가족을 그리워하는 올곧은 성품이다. 아마 그랬기에, 그런 성격이었기에 사건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이 망가져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와 비슷한 일본 사회파 소설을 읽고 굉장히 오랫동안 묵직한 여운을 느꼈었는데 <동트기 힘든 긴 밤> 또한 그런 묵직함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탄탄해서 마치 현실을 보는듯한 기시감마저 느껴지지만 공교롭게도 사회적 배경이 되었던 시대와 시진핑이 주석으로 취임하며 부르짖었던 '부정부패 척결'이 허구의 이야기로만 비춰지지 않는 것 또한 흥미롭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꽤 강렬한 소설로 첫 인사를 나눈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 그가 쓴 소설들 중에 이야기 흐름이 제일 탄탄한 소설이 이 책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어서 전작들도 얼른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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