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숨길 수 없는 본능에 대한 의문을 던졌던 <이방인>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페스트'보다 더 많이 알려진 '이방인'을 먼저 만나봤기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뭔가 제대로 안끼워진 단추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페스트라는 주제로 다가오는 1차적인 가벼움이 그 심오함을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생긴 의문점이란 생각이 들어 펼쳐보게 된 '페스트'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은 당시 이유를 알 수 없는 병명과 지독한 전염성으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전염병으로 '페스트'로 알려져 있다. 역사서와 소설 속에 등장하는 흑사병은 멀쩡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얼굴이 검게 변하며 시름시름 앓다 죽어버려 인간이 살아야 할 의욕도, 희망도 사그라들게하는 무서운 병으로 등장한다. 페스트로 죽어간 사람을 곁에서 바라만 보며 아무런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체 가족의 죽음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가 오랫동안 남았을 것이다. 당시 기록되었던 이야기만 보아도 처절할 정도로 깊은 슬픔이 전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오랑시의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어느 날 피를 토하고 죽은 쥐를 발견한다. 그리고 무더위와 함께 쥐들이 빠른 속도로 죽어가기 시작하며 사람들에게로 전염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살기 위해 페스트에 대응하지만 속수무책일 뿐이다. 빠르게 죽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어떠한 대응방법으로 전염성을 이겨내야하는지, 언제 내가 전염돼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함등은 인간을 한껏 나약한 존재로 전락시킨다. 살기 위해, 죽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는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 신에 도전할정도로 자신만만함을 내비치던 인간의 본능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미약하게 다가온다. 내가 아니라면 그 누구든 상관없다는 식의 인간의 또 다른 본능 앞에서 몇년 전 극한의 공포심을 안겨주었던 '메르스' 사건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대낮 고요속에 잠긴 도심의 모습은 한편으로 죽음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한없이 나약한 존재인지를 살펴볼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페스트'를 읽으면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빚어낸 비슷한 류의 소설들에서 느꼈던 극한의 공포감과 작은 실낱이라도 잡기 위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의 공포심을 이용한 공포와 부정 속에서도 살기 위한 인간의 긍정이 살아있는 듯하여 복잡한 생각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