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물질만능주의가 비춰지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벌레로 변한 주인공과 가족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것을 여러번 보았기에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기회가 되어 만나보게 된 '변신'은 시대상이 달라 그런지 문체에서 다소 신선함이 느껴졌는데 작은 포켓 사이즈의 책이어서 고전이 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장남으로 태어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기는 '그레고리 잠자',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벌레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벌레로 변한 자신으로 인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모습에서 서글픔이 밀려왔다. 생산 활동을 할 수 없는 미천한 벌레로 변한 자신으로 인해 가족의 대한 부양과 직장에 대한 걱정을 덜어놓지 못하는 모습에서 가정을 이끌어가는 가장의 무거운 어깨가 떠올랐는데 그 부담감과 압박이 얼마나 막중한지 '그레고리'를 보며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에게 그동안 경제적인 보살핌을 받았던 가족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잠시 점점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싸늘함이 느껴지고 생산활동을 할 수 없는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하며 가족들의 눈총을 받기 시작한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가족들이 알아주며 그레고리를 다독여주고 그레고리의 비워진 자리를 서로 협심하여 채워가는 모습이라면 좋았을텐데 '변신'은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벌레로 변하면서 불필요한 존재로 전락해버린 상황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와 더 소름끼치고 기억에 남게 됐던 것 같다. 그저 존재만으로 감사한 것이 아닌 그 자리에서 당연하게 해야될 것들을 수행해왔기에 물질적 의미로만 인식되어지는 씁쓸한 상황은 그 시대보다 앞으로의 시대에 더 많이 다가와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암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레고리에게 가족들이 행했던 멸시어린 행동들과 비난들을 보며 상처를 받았던 그레고리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노력들을 가볍게 여기며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던 나의 모습들이 떠올라 '변신'을 통해 내 가족에게 그동안 행했던 행동들과 말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