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카약으로 2만 km를 달려간 남자
이준규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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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신 / 자전거와 카약으로 2만Km를 달려간 남자 / 이준규



예전엔 젊으니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노부부의 세계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이가 먹는다고 해서 하고 싶었던 것을 미뤄야 할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됐다. 아마 예전에 내가 이 책을 만났다면 젊으니까 그런 시도쯤은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해보지 못했고 이제 시도해볼 나이는 안되지만 당신은 젊으니까 해볼 수 있는 거라고 당연하게 얘기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언가 열정이 있고 그것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가 너무 멋있어서 인생에 나이로 치부하여 결정해버리기엔 세상은 너무 넓다는 생각이 저자의 여행기를 보며 들게 됐다.

군대에서 읽었던 자전거 여행기가 계기가 되어 평소 너무나 좋아하던 축구의 고장 영국까지 자전거와 카누 여행을 계획한 이준규 씨, 그렇게 시작된 그의 자전거 여행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기 위한 중국 대륙을 통과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오르막과 내리막길, 트럭들의 무자비한 매연과 위험한 도로 상황을 잘 피하며 몽골로 진입했고 고비사막과 들개들의 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첫 생존 위험에 처하며 여러 번의 국지성 소나기를 만났고 너무나도 추웠던 러시아를 통과해 도중에 친해진 호주인 친구와 발틱 3국을 지나치며 폴란드와 체코, 독일, 유라시아 대륙의 마지막 네덜란드를 거치며 목적지 영국까지 자전거와 카누를 타며 지나온 235일간의 여행기는 각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 그곳의 환경, 국경을 지날 때 중요한 것들, 자전거 여행 시 고려하거나 준비해야 할 물건들이 쓰여 있다. 그동안 도보 여행기, 바이크 여행기, 노부부 여행기 등 여러 여행기를 보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시작된 여행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2만 km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치 속에서 그가 헤쳐나갔던 고난의 여행기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해져 책을 펼쳐들었는데 저자의 비가 오고 눈이 오는 악천후 기상에 대한 이야기만큼 거쳐갔던 나라에서 그에게 도움을 주고 따뜻한 마음을 베풀어 주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훈훈해서 평소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이유 없는 친절에 대해 아이에게 조심성을 가르치던 나 자신이 참... 무색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친절을 가장한 폭력과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요즘 세상에 자전거 여행을 하는 젊은이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일이 그렇게 흔한 건가? 싶을 정도로 이 책에서는 천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속세에 너무 때가 묻어있어서 그런 것인지 나는 대단한 자전거 여행기보다 따뜻하게 저자를 맞아준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낯선 충격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그만큼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은 것을 우리는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 속에 노출되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모습에만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나 스스로 괜스레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위험한 일들도 있지만 부딪혀보지 않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또 한 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였는데 그가 여행하며 만났던 수많은 천사들처럼 저자도 책에서 나오는 인세를 푸른 아시아재단에 전액 기부한다고 하니 사람과 이어진 좋은 추억들은 형태를 달리해 좋은 일들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고생문이라며 만류했던 지인들의 이야기를 뿌리치고 고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저자는 인생을 이겨낼 큰 밑거름을 얻어낼 수 있었던 여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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