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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 핵사이다 <삼우실> 인생 호신술
김효은 지음, 강인경 그림 / 청림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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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림출판 /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 글 김효은 그림 강인경
말 재주가 없어 유하게 말하지 못하고 직선적으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 주변 사람들과 오해 내지는 트러블에 휩쌓이는 일이 잦아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 제목을 보고 유하게 말하면서 핵심은 전하는 말 전달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책을 펼쳐들었는데 일단 유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말 전달법이라기보다는 주위에 만나게 되는 개념없는 인간들과의 관계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기준을 삼을 수 있는 글들이라 속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아들러의 말을 전적으로 믿는 나로서는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고 힘들게 다가오는데 요령도 없고 융통성도 없는 성격이라 그 스트레스가 남보다 심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이 책은 삼우실에서 벌어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고 있지만 삼우실 캐릭터인 능구렁이 구대표, 꼰대 조상무, 아부왕 홍과장 스타일은 직장이 아닌 곳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학부모 집단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인간이 자리한 곳이라면 어느곳에서든 만나볼 수 있는 삼우실 캐릭터들, 익숙한 캐릭터에 더 익숙한 워킹맘 김과장, 생색내기 좋아하는 진대리, 조용히 잡무를 떠안는 꽃잎씨, 야근이 잦은 일만씨...어쩌면 이렇게 캐릭터를 절묘하게 만들었는지 보면서도 '맞아~ 맞아~'하면서 봤다.
학교를 갓 졸업한 후 취업했을 땐 바짝 얼어 제일 먼저 출근해서 상사 책상을 닦고 컵들을 씻어내고 잔심부름들을 해내면서 짜증나긴했지만 그러려니하면서 견뎌냈던 것 같다. 심지어 20대 초반에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사무실에서 부장님이 담배까지 피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싫었지만 어른이니까, 유교사상에 입각한 예의바름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사고방식 때문에 참았더랬다. 외모나 옷에 대한 지적에도 기분이 나쁘지만 그냥저냥 웃어넘겼던 시절, 그때 이런 책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이십대 시절에도 성희롱법이 있어 주기적으로 교육을 받는 것이 정해져있었지만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었고 교육받았다는 사인만 받아놨다 점검 나올 때 보여주면 그만이었던 시절이었다. 나 말고도 여러명의 여직원이 있었지만 나조차도 성차별과 성희롱의 모호한 경계선상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직장생활을 해나갔던 것 같다. 그저 오늘도 무사히, 별일 없었으니 다행이란 사고방식이었으니 지금보면 한심해보이기도하고 어찌보면 순진해보이기도 하다. 그랬던 시절을 보내다 최근 미투운동이 불거지며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긴가민가했던 모호했던 경계선상에서 왜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을까?란 후회가 많이 들었었다. 그저 나만 아니면 됐지, 조용히 넘어가는게 상책이지란 생각으로 미래에 내 모습으로 살아갈 수 많은 여자들의 길을 조금도 터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페미니즘에 관한 책도 많이 읽게 되었다. 그런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많이 들었는데 여성들은 물론 특히 회사에서 너무도 느긋한 생활을 하며 무사안일한 꼰대들이 꼭 읽어봐야할 지침서란 생각이 팍팍 들었다. 나이를 떠나 한 곳에 있다보면 정체되어 있는 듯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후배들을 다독여주고 직책에 맞는 리더십이 있는 상사라면 존경할만하지만 직책은 땅따먹기해서 얻은것 마냥 개차반인 상사도 많이 만날 수 있는게 현실이다. 회사에서 어느정도 위치에 올라 바쁠것도 없이 정체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업무는 아니더라도 직장생활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