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ming 경주 - 천년의 마음 천년의 노래 humming 허밍 시리즈 1
허선영 지음, 김동율 사진 / 아이퍼블릭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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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 / 경주 : 천년의 마음 천년의 노래



중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다녀온 후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경주는 가는 길, 보는 것이 모두 다 살아 숨쉬는 문화재란 느낌이 들 정도로 발길이 닿는 곳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신비함이 깃든 곳이었다. 평소 문화유적지 답사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딸아이가 어느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싶어 떠난 곳이 경주 여행이었는데 가는 발자취마다 침략의 잔재들이 많아 무거움이 느껴지는 서울 여행과는 달리 번화가임에도 도회적인 이미지가 아닌 소소한 풍경과 어우러진 유적지가 너무나 가슴 푸근하게 다가왔던 곳이었다.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과 회색건물이 즐비한 곳에 외롭게 버티고 있는 듯한 느낌의 문화재와 달리 사람과 어우러지는 풍경 그 자체가 너무도 유유자적한 느낌이 들어 거대한 능 옆으로 저녁먹고 산책을 나와 걷는 시민들의 모습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신선함이었던 것 같다. 바쁜 것도, 바쁠 일도 모두 내려놓은 듯한 여유로움, 침략과 수탈이란 역사적 지식이 아닌 인간과 공존하며 평화로워 보이는 능과 나무들을 보며 떠나기 전 문화재 답사 여행이란 거대한 타이틀보다 내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었던 힐링 여행이 되었던 경주, 3박 4일이란 여정이 터무니 없게 짧을 수 있음에 떠나는 길이 못내 아쉬웠던 여행지가 바로 경주였었다. 그래서 경주에 관한 책을 보게되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길이 가지곤하는데 <허밍-경주:천년의 마음 천년의 노래>는 경주 문화재에 대한 빼곡한 해설이 실려있는 책이라기보다 경주하면 떠오르는 곳들을 담은 사진집에 가깝다. 

같은 곳을 걸으며 발길이 머물렀던 곳마다, 그 느낌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에 나와 다른 느낌과 지식을 보는 즐거움을 글 속에서 느낄 수 있었고 바라보는 곳은 같았음에도 찰나의 셔터에 담긴 사진 한 컷은 담아내고 싶었던 풍경이지만 담아지지 않아 속상했던 아쉬운 마음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어 흐뭇함이 밀려왔다.

차마 가지 못했던 남산의 마애불상군을 볼 수 있었고 천년의 빛나는 신라를 품고 사는 도자기 장인과 맛있는 커피가게 사장님의 이야기 등은 경주의 또 다른 얼굴로 각인될 것 같다.

가슴 부푼 기대감을 안고 떠났던 경주 여행은 기대보다도 감동 깊었던 유적지들과 신라와 현재가 오버랩되어 두 시대가 마치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와 실제 여행도 너무 좋았지만 책의 내용 또한 너무도 만족스럽게 다가와졌다. 유적지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놓은 것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또 다른 신라인들의 이야기가 함께 있어 문화재와 자연, 인간의 자연스러운 공존 이야기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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