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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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 보기왕이 온다 / 사와무라 이치 장편소설

 


오랜만에 대단한 호러소설을 만났다.
하지만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땐 호러물이라는 느낌이 없어 도
대체 '보기왕'이 뭐지? 싶었다. 

아내와 딸을 걱정하며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한 남성, 창문과 베란다를 잠그고 부엌칼도 전부 천으로 싸서 묶은 뒤 벽장 안쪽에 숨긴 후 수건을 감은 쇠망치로 집 안의 거울을 전부 깨뜨리고 그릇에 물을 채운 뒤 소금을 한 줌씩 집어넣고 현관문을 열 수 있게 해두라는 여자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히데키는 조바심과 걱정, 두려움이 베인 목소리 뒤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히데키가 처음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할머니집에서였다. 거동이 어려운 할아버지를 두고 이웃집에 간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 곁에서 시간을 보내던 히데키는 그날 저녁 긴 검정 머리칼을 가진 회색 덩어리가 초인종을 누르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름을 부르며 찾는 것을 목격한다. 뭔가 이상하지만 단순히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찾는 방문객으로 생각한 히데키는 이어 죽은 삼촌의 이름까지 부르는 그것의 등장에 오싹함과 공포를 느끼고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그 오후의 회색덩어리와의 만남은 그렇게 기억에 묻히는 듯 하였다. 세월이 흘러 히데키가 결혼하고 딸 치사가 태어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날 히데키의 동료를 시작으로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며 그것은 히데키 주위를 압박해 오기 시작한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히데키는 민속학을 전공하는 친구의 소개로 오컬트 기자와 영매자를 만나 회색의 그것에 맞서기로 하지만 그것의 정체는 물론 그것이 왜 히데키 주위를 맴돌고 있는지, 왜 히데키의 딸 치사까지 노리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을 밝히고 물리치기 위해 오컬트 기자인 노자키와 영매인 마코토의 도움을 받는 히데키 가족, 조사를 거듭할 수록 그것의 정체는 물론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었음을 알게되며 난관에 부딪치게 되는데 그것의 힘이 너무나 강해 영매인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가 등장하게 되면서 회색 덩어리인 그것의 실체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보기왕이 온다>는 3부로 1부는 히데키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2부는 히데키의 아내 가나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3부는 노자키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각자의 시선에서 판이하게 충돌하는 이야기는 인간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욕망과 이기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왜 보기왕이 히데키 가족을 끌고 가려했는지 이유가 밝혀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마주하게 되는데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기담을 작가는 멋지게 보기왕 이야기로 탄생시켰고 독자는 그래서 더욱 낯설지 않았던 기담에 무릎을 치며 그가 탄생시킨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음을 느낄 것이다.

단순히 무섭다를 넘어 온몸에 털들이 곤두서는 오싹함을 느끼게 되는 <보기왕이 온다>, 책 속에 보기왕으로 등장하는 괴물에 대한 묘사에 얼굴은 없지만 입을 벌리면 무시무시한 이빨을 보이며 요괴를 꿀떡 삼키는 가오나시가 자꾸만 연상 되었는데 12월 영화로도 개봉된다고하니 상상을 넘어서는 시각적인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어 영화 또한 너무 기대된다. 평소 좋아하는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마츠 다카코', 도쿄타워로 유명한 '오카다 준이치'등이 열연하는 '보기왕이 온다'의 영화판 <온다>, 원작의 오싹함을 그대로 이어갈 것인지 또한 매우 궁금하다. 캄캄한 새벽녘 쭈삣하는 느낌이 세포를 타고 올라와 무서우면서도 너무 재미있어 차마 소설을 덮지도 못하고 무서움이 가라앉지도 않은채로 읽게 되었던 <보기왕이 온다>.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 수상작이란 타이틀에 맞게 강렬함으로 다가왔고 그 어떤 기담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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