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정끝별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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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 정끝별 지음




60인이 써내려간 삶과 죽음에 대한 시를 정끝별 시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써낸 시집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학창 시절엔 시가 조금 만만해 보였었다. 만만한 연애 시집들만 보았으니 시집이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을까 싶은데 지금 되돌아보면 그렇게 만만하게 보았던 연애 시집도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는걸 깨닫는다. 연애에 대한 느낌도 그러할진데 삶과 죽음을 담은 시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처음엔 정끝별이란 시인이 써내려간 시편 모음인 줄 알았었다. 막상 책을 펼쳐드니 60인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시편을 모은 끝자락에 정끝별 시인이 독자로하여금 이해하기 쉽게 각 시에 대한 풀이가 쓰여져 있는 형식이었다. 한때는 시적 감각을 탑재하고 있다는 큰 착각을 가지고 살던 시절도 있었지만 아마 각 시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 나는 터무니 없는 해석을 하며 요상하게 시를 이해했겠지 싶다. 보충 설명이 읽을수록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시의 오묘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시인들이 손끝에서 탄생한 은유적 단어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단어들의 조합이라 읽고 또 읽으며 여러번 곱씹고 단어들이 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너울거려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는데 두발벗고 시를 반기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 시 모음집을 통해 지금까지 나는 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까막눈이었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아마 보충 설명이 없었다면 1차적으로 느껴지는 감동만 느끼고 지나쳤을 듯한데 설명이 있으니 2차 3차로 밀려드는 감동에 느리게 곱씹으며 천천히 더 천천히 음미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들의 심미안적 언어 유희에 시가 이렇게 심오하고 재미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가슴 벅참을 느끼며 오소소 돋는 소름을 쓸어내리기는 일이 처음이 아니었던가 싶다.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죽어있는 삶과 다르지 않은 삶에 대해서, 죽음의 그 너머에 대해서, 어찌보면 쓸쓸하고 무겁고 침울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지만, 그런게 삶이라고 하기엔 낙관자들에게 지탄어린 소리를 충분히 들음직하지만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왠지 너무도 이해가 되는지라 가슴이 아파오기도 했다.

중년의 나이에 시에 대한 깊은 맛을 알게 해주었던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사는 것이 힘에 부칠 때 꺼내서 읽고 싶어지는 시집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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