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세트 - 전2권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설에 앞서 영화 예고편을 먼저 접했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사실 예고편을 보면서 낯설지 않은 이야기 거리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오직 1%만이 지구상의 부를 움직인다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보고 그들이 가진 재력이 얼마만큼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딱히 피부로 와닿지 않으니 구미가 당겨지지 않았던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싱가포르의 부호들은 어떤 모습과 에피소드로 독자에게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시절 싱글맘인 엄마와 미국으로 이민와 성장한 레이철은 29세로 대학교 교수다. 딱히 인종에 대한 선입견은 없지만 그녀가 만났던 동양권 남자들의 보수적인 면에 질려 어느 순간부터 동양인 남자들과의 교제를 꺼렸던 레이철에게 같은 대학 교수 친구가 새로 부임한 '닉'을 그녀에게 소개시켜주고 만난 날 닉은 레이철의 선입견을 깬 동양인 남성이 된다. 그렇게 2년여의 연애 기간동안 반동거 생활을 하다시피하지만 닉은 레이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 그러던 어느 날 닉은 친구의 결혼식 들러리에 가야한다며 여름방학을 자신과 함께 싱가포르로 가자고 한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가족에게 레이철을 소개하고 싶다는 닉, 둘이 한번도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29살이란 레이철의 나이와 2년여의 연애를 통해 어쩌면 자신에게 청혼을 하는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녀의 엄마도 닉이 청혼을 하려고 가족에게 소개시켜주는거라며 부추긴다. 어쨌든 레이철은 청혼이건 아니건 닉의 부탁으로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게 되고 비행기를 타자마자 한번도 타보지 못한 최고급 좌석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오랜 여정 끝에 도착한 싱가포르, 결혼을 앞둔 닉의 친구 콜린과 그의 약혼녀가 공항으로 마중나와 즐거운 시간을 즐긴 후 호텔 스위트룸에 묵게 된 레이철은 친구의 들러리로 바쁜 닉을 뒤로하고 그녀의 대학 동기였던 페이린을 만나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평범한 자신의 가정과 달리 싱가포르 부모님이 부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레이철은 사심없는 페이린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페이린네 집에 초대받았다가 닉이 들러리를 서기로했던 친구 콜린이 어마어마하게 부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까지도 레이철은 닉의 존재를 전혀 모르며 그가 부자라는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닉의 할머니댁에 초대를 받고서야 닉의 집안이 미치게 돈이 많은 부자 집안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레이철.

한편 영 집안의 외동아들 닉이 여자친구를 데려온다는 소식을 미리 접한 닉의 어머니는 레이철 집안에 대해 조사하고 그녀가 너무나 평범해서 거들떠 볼 필요도 없는 집안의 딸이란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주변에서는 닉이 레이철에게 청혼하려고 한다고 입방아를 찧고 닉의 어머니 엘리너는 이 사실이 제발 꿈이기만을 바라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의 국적이나 외모만 바뀌었지 사는 이야기나 그들이 추구하는 물욕의 세계는 인종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부자라는 개념이 얼만큼 있으면 부자인지 그닥 알고 싶지도 않지만 소설속에서 그려지는 모습들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세계 곳곳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자신들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일일이 헤아릴수조차 없는 그들의 삶이 솔직히 부럽게 비춰지진 않았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어느 디자이너가 만든 얼마짜리 물건인지, 어느곳에서 채취되고 가공된 몇캐럿의 보석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고 자신보다 부의 상위층에 있다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아첨하는 인간사의 모습이 그저 보고 있는것만으로도 나는 체력소모가 되는지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는데 그 속에서 가장 빛을 발했던 것은 돈이 많음에도 겸손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닉이 있어 그나마 위로를 받게 됐던 것 같다. 궁전같은 집과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값비싼 부동산들, 기분 내키는대로 물건을 사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재산, 자신이 가진것들을 과소평가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아스트리드의 남편 마이클이 그녀 집안 식사에 갈때마다 느끼는 긴장감, 불편함, 답답함, 지루함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의 뼛속깊은 곳까지 꽉 차 있는 자만감과 가져도 가져도 줄어들지 않는 욕심은 어마어마하게 재산이 많다고해도 결코 부러워할 수 없는 부분으로 비췄으니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고 모든 것에서 완벽할 수 없는 인간사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함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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