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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ㅣ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평점 :

블루홀식스 / 네메시스의 사자 / 나카야마 시치리
와타세 경부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 '테미스의 검'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 '네메시스의 사자'.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네메시스는 '복수의 여신'으로 와타세 경부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는 갱생의 여지가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사형은 커녕 무기징역이나 형량에 비해 낮은 판결을 받은 가해자들의 가족들이 어느날부터 가해자가 피해자를 죽인것과 같은 방식으로 살해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저명한 교육평론가와 평범한 어머니를 두었던 '가루베 요이치'는 퇴근시간으로 붐비기 시작한 전철역에서 여대생과 12살인 소녀를 칼로 무차별 공격하는 잔인한 살인을 저지른다. 살인의 동기는 그저 타인보다 월등함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으로 현장에서 바로 검거된 가루베는 무고한 죽음을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이란 자각이 없는 인격체로 사형을 받아 마땅하지만 사형제도에 대해서 부정적인 판사의 견해로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그렇게 십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가루베의 어머니가 가루베가 피해자들에게 했던 방법과 비슷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터진다. 얼마 후 스토커처럼 여자친구를 쫓아다니던 '니노미야 게이고'는 파이프로 여자친구와 그녀의 할머니까지 잔인하게 살해하였지만 역시 사형 대신 18년이란 형량을 받게 되고 가루베의 아버지가 살해된 얼마 후 니노미야가 여자친구를 살해했던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니노미야의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죽인것과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당하는 피해자의 가족들, 그들 곁엔 네메시스라는 글자가 남겨지게 되고 사건을 맡은 와타세 경부는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의 유족들의 짓인지, 아니면 누군지 알 수 없는 제3의 인물이 피고인들이 저질렀던 죄의 복수를 대행하고 있는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
피고인들의 가족들이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는 후안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반성의 기미는 커녕 자신의 변명만 늘어놓는 범죄자들을 사형시키지 않고 감옥이란 공간에 국민들의 세금으로 건강식과 복지를 누리는 것에 대해 반발을 보이는 여론과 그럼에도 범죄자들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날선 대립에서 범죄를 저지를 죄인보다 그 가족과 피해자의 가족들의 파탄난 인생, 사형을 내려야 마땅한 범죄에도 '원죄'가 존재여부 때문에 사형을 내릴 수 없는 판사의 고민등 여러 관점에서 적절하게 살펴볼 수 있는 소설이다.
그동안 피해자의 관점에서 감정적인 접근으로 이루어졌던 소설방식에 비해 피해자의 가족, 범죄자의 가족, 원죄와 사형이라는 딜레마에 빠진 사법체계와 깊이있는 고찰없이 다가가는 언론, 그에 응하는 대중들의 모습을 여러 관점에서 살펴보고 생각을 이끌어내고 있어 단순히 범죄소설이라는 느낌보다는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평소 잔혹한 연쇄살인범이나 강간범들의 인권을 주장하며 사진공개나 사형제도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곤했지만 살인을 저질렀더라도 그 가족이 받아야할 수위높은 사람들의 질타로 인한 가족의 붕괴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 과연 사람을 몇명씩 죽이고 연약한 여자들을 잔인하게 강간하고 살해한 살인마들이 사회에 나오면 갱생하여 살 수 있는가이다. 어쩌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들에게 사형이 가장 합당한 처벌이 아닐까하는 생각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줄 만큼 경악할 범죄를 저지르고서 그렇게 쉽게 죽이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에는 몰랐지만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때마다 점점 더 모호해지는 것 중에 하나가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일텐데 나는 한결같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람이었고 소설을 다 읽은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럼에도 심란하고 혼란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딱히 어느쪽이라고 속시원히 정의내릴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 근대에 접어들어 사적복수가 금지되고 대신 재핀과 사형제도가 자리 잡게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재판 제도는 유족의 한을 조금도 풀어 주지 못합니다. 그러기는커녕 괴물 같은 살인자를 극진히 감싸고 죽을 때까지 돌봐 주는 복지 제도였던 겁니다. |
| 가족이 살해돼도 나라는 피고인의 인권과 삶만 지켜 주고 살해된 이와 유족에게는 한 줌의 자비도 내려 주지 않았다. 법정은 복수의 장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유족에게만 일방적으로 인내심을 강요했다. |
| "개인이 대상이 아닙니다. '네메시스'는 지금 사법제도 자체에 복수하려는 겁니다." |
| 법의 여신 테미스에게 도전하는 네메시의 사자. 저는 이번 사건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