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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유쾌한 노부부의 여행 이야기
홍일곤.강영수 지음 / 라온북 / 2018년 8월
평점 :
라온북 /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 홍일곤. 강영수 지음
예전 케이블 TV '꽃보다 할배'란 방송을 보면서 황혼의 여행기가 부럽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짠하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자식들 키우느라 젊음을 불사르고 여기저기 삐그덕거리는 몸을 이끌고 떠나는 황혼의 배낭여행! 멋있고 여유있어 보이면서도 왠지 만감이 교차하여 그 자체로도 참 생각이 많아졌던 프로였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여행> 저자는 꽃할배의 연배는 아니지만 생산활동의 일선에서 물러나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늘 즐겁지 않지만 받아들이며 떠나는 여행일기인데 무엇보다 흥미를 잡아끈 것이 중년부부의 여행기였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라하는 나와 마냥 집이 좋은 남편은 지금처럼 무뎌지기 전까지만해도 이런일로 감정소모를 참 많이 겪었었다. 그래서 이 부부의 여행기가, 더군다나 중년의 여행기라 더욱 흥미롭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애초에 여행블로거도 아니고 여행이 좋아 떠났던 여행지의 감격과 환희에 젖어 중독처럼 찾아들었던 세계 여러나라의 이야기는 많은 곳들을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이 시골집이 불타면서 소실되어 지인들한테 보냈던 사진들을 소환하여 책에 실었기 때문에 다양한 사진을 구경할 수는 없다. 지도가 그려져 어느 곳을 어떻게 여행했는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지리적 위치감이 제로인 나에게는 혼돈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이어지는 여행 얘기가 즐거워서 책을 덮을 수 없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스페인 여행 뒤로 가족들과 헤어지고 부부는 몰타로 향할 것을 계획하여 준비하였지만 마지막 항공권을 한번더 확인하지 않아 벌어진 헤프닝으로 항공권은 취소된 상태이며 오도가도 못하는 공항에서 그나마도 차선으로 떠오른 나라들의 항공권도 매진, 이보다 더 암담할 수 있을까? 싶은 상황에서 중년 부부가 고른 곳은 '요르단'이었는데 직접 가보지는 않았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왠지 꺼려지는 느낌이 있었던지라 속으로 '괜찮을까?' 싶었는데 세계7대불가사의에 꼽힌 '페트라'를 보면서 어쩌면 이보다 더 탁월한 선택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중국 '최씨'의 본고장을 찾아 나선 답방도 꽤나 신선했고 알마니아 여행에서는 100미터 목적지를 가기 위해 한참 뺑뺑 돌았던 택시의 나쁜 기억을 깨고 낙후되고 자본이 없어 시설도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어디서나 이방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사심없이 반겨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바가지와 도난, 속임수가 난무하는 여행지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인간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것 같아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게 되었다.
세상에 완벽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은 많겠지만 배낭매고 떠난 여행에서 완벽한 여행은 기대할 수 없다. 돌발 변수가 너무 많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여행을 많이 떠나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여행을 많이 떠났던 사람들은 완벽한 여행이라기보다 자신이 즐기고 담아두길 원하는 여행을 더 원한다는 것을 나의 경험과 여행기를 보면 많이 느낄 수 있는데 어느때부턴가 낯선 곳으로의 불편함, 무질서함, 속임수, 그보다 더한 위험 요소들 때문에 온몸으로,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지에 대한 근심걱정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위험요소에서도 두 발을 낯선 곳에 내딛게 되는 것은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상황과 불쾌한 상황에서도 사람이 살아가는 그 곳들에 진정한 인간다움은 존재하며 그렇기에 심장이 터질것처럼 힘든 와중에도 여행의 묘미를 놓을 수 없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