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맨
김펑 지음 / 마카롱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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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 고시맨 / 김펑 지음



얼마 전 고시원 기담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청춘을 반납하고 몇년씩 고시원과 독서실, 학원을 왔다갔다하는 고시원생들에게는 현실을 맞바꾼 노력의 끝은 희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희망의 뒷면에는 죽음이나 체념, 포기란 단어도 함께 세트처럼 따라다니지 않을까... '고시원'하면 좁고 어두운 공간에 몸하나 겨우 누일정도의 공간과 다닥다닥 붙은 공간에서 오는 압박감, 연습장에 펜대 굴리는 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조용하다 못한 적막감...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런 느낌이라 그런지 고시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피나는 그들의 노력과는 반비례로 보장받을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암담함이 떠오르곤한다. 그러한 요소들이 섞여 제목만 보고 흥미로움을 느꼈는데 전에 읽었던 고시원 기담과는 달리 조금은 유쾌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어 읽게 되었던 <고시맨>

군 복무를 마치자마자 짐을 싸서 오지 여행을 떠났던 '현우'는 인도를 돌며 비록 부랑아같은 몰골로 떠돌았던 자신이었지만 인생에서의 목표를 찾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부모님께 '오지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부모님은 현우의 말을 단칼에 자르고 사시 준비를 하라는 엄명을 내린다. 현우는 군입대 전 1년동안 법대에 다녔기에 일단은 부모님의 뜻대로 법대에 합격한 후 오지 탐험에 대한 자신의 꿈을 펼칠 생각으로 어머니와 함께 신림동 고시촌으로 향하게 되고 그 곳에서 언던 제일 끝 위치한 성문 고시원에 입성하게 된다. '해탈의 이르는 길'이란 별칭이 붙을만큼 고시원이라기보다는 소림사로 가는 길목처럼 느껴지는 험난한 곳에 위치한 성문 고시원에서의 생활은 그럭저럭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외모를 타고난 고시원 총무 안석주가 현우의 5번의 사시낙방 끝에 얼마 남지 않은 사시시험을 앞두고 고시원에서 퇴실할 것을 명하며 고시맨의 이야기는 가속도가 붙는다.

고시원 원장과의 돈독한 사이인 총무 안석주가 내뱉는 말은 곧 성문 고시원의 법이므로 몽유병 때문에 퇴실을 명령받은 현우로서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사시시험이 한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더군다나 이제 겨우 80점을 넘어 희망이 보이는 판에 퇴실을 명령받은 현우로서는 악착같이 성문 고시원에 남아야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안석주의 방에 들어갔다 발견하게 된 IQ350이란 노트를 통해 소설같은 두 형제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그 와중에 어떻게든 고시원에서 버텨보겠다는 현우는 고시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미스터 앤서'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고민을 상담하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고시원 인근에 나타나는 노란 헬맷을 쓴 쫄쫄이 차림의 일명 '쫄쫄이 변태'에게 미스터 앤서가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던 현우는 쫄쫄이 변태가 자살하려는 고시원생을 살려내고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이 모든 것이 총무 안석주와 연관되어 있을거란 생각에 안석주의 방에 들어갔다가 비밀의 통로를 통해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고시맨>이란 제목 때문에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했었는데 예상했던 이야기와 전혀 다른 전개가 이어져 허를 찔린 기분이 들긴하지만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로 보여질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 속에서 앞만 보라며 재촉하는 그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란 이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미래에 자신의 하루하루를 담보걸어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그만두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듯한 허무함 때문에 결국엔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심정에서 죽음으로 몰린 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게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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