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산사순례> 편을 무척 인상 깊게 읽었다. 그리고 감동의 여흥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상무주 가는 길>을 보았을 때 유홍준 교수님의 글담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어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유홍준 교수님의 산사순례편은 유홍준 교수님 특유의 잔잔하고 재치있는 입담이 담겨 있다면 <상무주 가는 길>은 사진가 김홍희님의 암자에 대한 감성이 충만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책을 보기 전부터 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많이 만나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막상 책을 펼쳤을 때 마주하게 되는 사진들은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게 할만큼 감동적이었다. 평소 산사에 대한 지식은 짧지만 산사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편이라 여러 작가님들의 산사 관련 책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임팩트가 큰 사진을 만나기는 처음이었던 듯 싶다. 지금껏 만나보지 못했던 자연과 암자가 하나된 말 그대로 자연과 융화된 암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그 자체로도 감동이었고 힘든 산 언덕길을 오르며 암자를 찾아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 사이에서 구도를 잡고 있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져 보고 또 보게 되었는데 사진만큼이나 김홍희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그때 그때의 다양한 감정이 잘 표현되어 화장실도 못가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었다. 기대보다도 더 생동감있고 감동적이며 글에서 느껴지는 연륜에서 묻어나는 감성 또한 남다르게 다가와 책을 덮을즘엔 거의 진이 빠질정도였는데 "사진과 글이 제 할 노릇을 하면서 같은 자리에 있으면, 하나의 주제를 향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는",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직접 언급한 글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20여년 전에 처음 암자를 취재하던 때와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암자에는 기억하는 이도, 반겨주는 이도 없지만 오랫동안 삶의 한켠을 지탱해주던 기억이 묵묵히 그자리를 지키는 암자처럼 남아있는 느낌이 들어 암자의 그것과 인생의 그것이 다르지 않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아졌다.
저 멀리 거대한 바위와 송룡암 사이에 자리한 암자는 자연 앞에서는 숙연해질 정도로 한없이 작아보이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서 한없이 뿜어내는 위풍당당함을 느낄 수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런 감흥이 전달되는 사진의 힘이란게 바로 이런거구나, 감탄하며 한장 한장 천천히, 느리게 보게 되었던 암자의 사시사철 이야기가 담긴 <상무주 가는 길>
바쁘고 정신없이 치러내는 하루하루의 일상과는 달리 적막한 산중에 자리한 암자의 모습은 가진 것이 많아도 늘 무언가에 쫓기고 허기진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빈곤함과 대조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텅빈 절간에서 느껴지는 풍요로움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금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