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한스미디어 /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 그렉 올슨 장편소설



다소 자극적인 책 제목인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로 '그렉 올슨'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미 상당한 작품을 집필하였고 소설과 비소설 부분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그의 신작은 처음 대면하는 독자로서 더욱 궁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29살의 리즈는 변호사 시험날 법조문을 외우느라 거의 날밤을 새다시피한 상태에서 뒤늦게 늦잠이 들어 집에서 세시간가량 떨어진 시험장소에 늦을 위기에 처해있다. 밤을 새우기 위해 마셨던 약물과 늦잠을 자서 시험을 못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정신이 없던 리즈는 차고에서 차를 빼내다 무언가가 부딪친 것을 알게 되고 차에서 내려 확인하던 중 자기 차에 치여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옆집 꼬마 찰리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에 늦을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찰리를 친 리즈는 거의 실신 직전 상태까지 가고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전화를 하지만 투자미팅 때문에 바쁜 남편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911에 신고하는 것보다 자신이 병원까지 찰리를 데려가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과 미동없는 찰리를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리즈는 급기야 찰리를 차고에 방치하고 시험을 치러 가는데.... 하지만 정신없이 차를 운전해 시험장소까지 들어가지만 십분도 안돼 시험을 망치고 나오는 리즈,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녀에게 일어난 일들을 곱씹어보며 괴로워하는 리즈...

한편 구글 임원으로 있으면서 받은 연봉으로 평생 먹고 살만큼의 부를 축적해놓은 캐롤은 강이 있는 한적한 곳에 으리으리한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다. 남편의 레스토랑이 궤도에 오르는 중요한 시점에 임신이 되었지만 남편의 권유로 중절수술을 받고 5년만에, 마흔의 나이에 임신하여 찰리를 얻게 된다. 늘 자신의 시선에서 찰리가 포착되지 않는 일은 없었던 캐롤은 집의 누수 문제로 보험사와 전화하는 잠깐 사이에 찰리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고 집안과 밖을 찾지만 찰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초반 부분을 읽다보면 어느정도 예상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어떤 내용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가 더 궁금했었는데 첫 장에 등장하는 리즈의 어린시절 겪었던 물난리 때문에 자신과 오빠를 구하는 대신 아들을 잃어야했던 이웃 댄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고 여기는 찰나 리즈가 찰리를 차로 치게 되고 찰리가 없어진 시간 순서대로 찰리의 부모, 리즈 부부, 이웃에 사는 댄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아이가 없어진 상황에서 패닉 상태에 이른 캐롤은 자신을 질타하고 그 와중에 아이가 사라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캐롤의 남편 데이비드가 연락이 되지 않았던 이유 등에서 이야기는 점점 몰입감과 고조감을 늘려가고 아이가 없어진 사건보다 그들의 비밀이 드러나며 이야기는 점점 몰입감을 높여간다. 아이를 차에 친 상태에서 시험을 보러간 리즈를 보며 분노의 감정보다는 과연 저 상황에서 내가 리즈였다면 나는 찰리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을까하는 의구심이었다. 당연함이 앞서야하는 문제지만 그런 당연함 앞에서 인간이 내미는 나약함의 표현이 너무도 사실적이어서 리즈를 비난할 수가 없어졌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전개지만 인간의 적나라한 본성을 실감나게 살린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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