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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두려운 사랑 - 연애 불능 시대, 더 나은 사랑을 위한 젠더와 섹슈얼리티 공부
김신현경 지음, 줌마네 기획 / 반비 / 2018년 8월
평점 :
사랑이 언제부터 이토록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는가? 아니다 이 물음은 잘못되었다. 전부터 사랑에 대한 두려운 모습은 존재하고 있었다. 묻히고 소리낼 수 없었던 여성의 침묵이 최근에서야 목소리가 되어 나왔을 뿐이다. 전에도 존재했지만 밖으로 나오지 못한 목소리들이 최근에 많이 들리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런 목소리들이 하나 둘 들리다보니 가슴설레며 잠못 이루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두려움의 감정으로, 밑바닥에 깔린 남성들의 시선과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길들여진 여성들의 시선이 못내 죄의식으로 돌아오는 슬픈 딜레마 속에서 무엇을 판단해야하고 어떤 신념을 가져야할지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너무도 이른 시기 시대에 짜맞춰진 여성의 옷을 벗어던지고 과감한 행보를 보였던 나혜석의 '이혼 고백장'부터 민주화 이후 1990년대 영화 접속과 정사,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IMF 이후 나쁜 남자와 버스 정류장, 2000년대의 '달콤한 나의 도시' 소설과 '미녀는 괴로워', '연애의 목적'과 '치즈 인 더 트랩', 아이유의 '좋은 날'과 '밀회'까지, 최근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거나 인기 대열에 올랐던 영화나 드라마, 소설, 노래 가사에 이르기까지 그 속에 담긴 페미니즘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흥미 위주로만 보았던 영화가 남성들의 잣대에 맞춰진 영화였다는 사실에 뒷맛이 씁쓸해지기도 했고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고 당찬 여주인공에게 괜한 시샘으로 손가락질했던 모습이 떠올라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융화되어 그저 말 잘듣는 인형처럼 아무런 의심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서글픔까지 느꼈던 것 같다.
무수히 많은 매체들을 통해, 즐겨 보았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그것이 전달하는 깊은 의미까지 되새겨보지 못함을 소개된 영화나 드라마의 예를 통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어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젠더 공부를 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