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대리인, 메슈바
권무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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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옆의자 / 신의 대리인, 메슈바 / 권무언 장편소설



얼마 전 공지영 장편소설 '해리'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천주교의 특정 인물을 겨냥하여 쓴 소설이라는 궁금증을 낳았었다. 정작 작가 본인은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님을 책을 들어가기에 앞서 언급했지만 솔직히 그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듯하다. 따로 종교를 갖고 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은 잘 안믿는 편이기에 신에 대해선 냉정한 편인데 그럼에도 종교적인 문제를 다룬 소설이나 다큐는 꽤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것이 종교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라 전면에 종교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종교를 거스르는 인간의 탐욕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 어떻게 보면 가십거리의 일종으로 다가오기에 종교를 믿지 않지만 종교적 가십거리를 쉽사리 놓을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신의 대리인, 메슈바> 또한 그러한 이유로 궁금했던 소설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교와 인간의 탐욕, 배타성을 엿볼 수 있는데 메슈바가 무슨 뜻인지 몰라 검색을 해보니 히브리어로 '등을 돌리다'는 뜻으로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배신하고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개척교회로 시작한 대성교회는 명수창 목사의 전도로 현재에 이르러서는 큰 교회로 몸집을 불리며 신도들의 수 또한 많은 교회로 번창한다. 평소 교회의 시스템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동네 작은 교회 목사조차도 비싼 세단을 타고 다니는 것을 많이 보았으므로 내가 보는 종교적 이미지는 늘 좋은 시선이 될 수 없는데 더군다나 도시 중심부에 자리한 성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교회의 이미지는 종교적인 이미지보다는 신을 앞세운 인간의 탐욕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거부감이 많이 들었기에 몸집이 불어난 교회의 자금사정은 따로 생각해보지 않아도 그 규모나 단위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렇게 몸집이 불어난 대성교회는 비자금이란게 생겨나고 그 돈은 아이러니하게도 권력자들에게 흘러들어가며 교회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데 쓰이게 된다. 그리고 개척교회 당시부터 교회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김일국 장로는 명수창 목사의 신뢰로 자금을 관리하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어 대성교회의 주요 인물 중 한사람이지만 비자금으로 투자를 했다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오랜 세월 믿고 의지하며 교회를 일으켰던 두 사람의 끈끈함은 돈 앞에서 무색해지고 그것을 견디지 못한 김일국 장로는 결국 투신자살하기에 이르지만 큰 이슈화되지 못하고 조용히 묻히게 되고 우연치 않게 그것을 알게 된 우종건 기자는 대성교회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취재를 시작하게 되고 그 속에서 이제는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교회를 주축으로 한 인물들의 비리와 탐욕을 마주하게 된다.

교회의 비리를 파헤친 다큐멘터리를 보며 분개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나님이란 이름 뒤에 숨은 권력과 탐욕, 인간의 비열함까지 엿볼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은 결코 소설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기에 <신의 대리인, 메슈바>가 더 현실성 있게 읽혔던 것 같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천국의 부름을 받는 것에 돈의 액수가 등장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종교적인 이유로 전쟁까지 불사하는 것을 보면 과연 신이란 것은 그저 인간의 편의성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더이상 실망할 것도 없는 한국 기독교의 적나라함을 파헤친 소설이라 입맛이 쓴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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