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 '시트콤'이란 제목을 보고 실패를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이지만 의외의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현실과는 거리가 먼 소설속 이야기로 다가와 왠지 피부로 와닿지 않았었는데 가만이 생각해보니 현재 나와 동떨어진 현실일 뿐 그 어딘가에서는 일어날 법한 이야기인 듯하여 착찹함과 짠함, 그러면서도 피식거리게 만드는 웃음이 들어있어 '정말 한편의 시트콤이 따로 없네' 라는 말을 중얼거리게 되었던 배준 장편소설 <시트콤>
점심시간 학교에서도 외진, 찾는 사람이 없는 창고같은 공간에 남,녀 고등학생이 야릇한 행위를 하기 위해 그 곳을 찾았다가 불시에 닥친 선생님들로 인해 교탁 아래 숨게 된다. 그 와중에 남학생은 팬티가 지퍼에 껴 바지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민망한 상황속에 선생님들이 얼른 나가주기만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나타난 변태로 인해 어수선해진 학교, 그 중 한 선생님이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고 나가게되면서 불청객들이 사라지고 남,녀 학생이 안심하려는 찰나 남,녀 선생님이 핸드폰을 찾기 위해 다시 찾았다 야릇한 광경을 연출하고 그 와중에 불시에 닥친 선생님으로 인해 이제는 학생과 반 나체인 선생님들이 교탁에 모이게 된 상황, 이야기는 이렇게 뜬금없이 시작된다. 그리고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연아와 엄마의 대화가 등장하며 연아와 상의없이 여름방학동안 기숙학원을 등록한 엄마와 연아의 말다툼으로 가출한 연아와 웅과 혁의 만남, 웅의 아버지가 잃어버렸던 개를 연아가 찾아준 일, 원조교제를 하는 다정선배를 모텔에서 본 후 상황을 모면시키기 위해 차기 학생회장 민준과 다정이 벌인 일, 가출했다 돌아와 학교에 등교한 연아가 화장실을 찾았다 보게 된 담배를 호기심에 피웠다 물리 선생한테 들켜 집까지 도망갔다가 알게 된 엄마의 비밀 등이 등장하며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던 이들의 이야기는 다시 처음 학교에서 외진 그 상담실 교탁밑에 모여든 남녀 두쌍의 시점으로 되돌아온다.
책 표지에 타원형으로 그려진 그림은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데 유쾌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거 막장이야?'라고 생각한 순간, 소설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막장이면 더 막장이지란 생각에 또 한번 피식 웃게 만들었던 소설 <시트콤>
두께감과 크기에서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회로 나오기 전 아이들의 시선과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교차하며 부모와 아이, 선생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행복함을 느낄 사회적, 교육적 시스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