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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세의 '케이시 폴'은 지역 테니스 클럽에 가입하여 48세 '수전 매클라우드'와 함께 조를 이뤄 경기를 하게 되면서 가까워지게 된다. 폴의 어머니는 견실한 보수당 경향의 아가씨를 테니스 클럽에서 만나길 바랬지만 폴이 만난 것은 자신과 연배가 비슷한 수전이었다. 어쩌다 그렇게 가까워졌는지 무엇에 이끌려 자신보다 두배 이상 나이 차는 여인에게 끌렸는지 폴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수전을 사랑한다는데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폴의 집안에서는 물론 수전의 집에서도 아무도 둘의 관계에 대한 말을 입밖에 꺼내지 않는다. 입밖으로 꺼내면 그 즉시 사실이란 것을 인정하게 되리라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폴은 수전네 집에 거의 살다시피하며 보내게되고 수전의 남편과 때로는 딸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소파베드에서 잠을 자며 기묘한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수전의 남편 고든 또한 둘의 사이를 눈치채고 있는 듯하지만 가끔씩 폴에게 언짢은 말을 내비칠 뿐 자신의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지도, 어떤 대책을 강구하지도 않은 채 이해할 수 없는 생활 속에 술만 먹으면 수전에게 폭행을 일삼는 고든의 행동을 알게 되고 자신들이 속해있던 테니스 클럽에서도 불순한 관계로 인해 퇴출당하게되면서 둘만의 사랑의 도피를 선택하게 되는 폴과 수전, 폴은 공부에 매진하고 수전은 하루종일 폴을 기다리며 음식을 하는 등의 하루를 보내는데 그러면서도 빌리지에 있는 고든이 사는 집에 수시로 드나들고 폴은 이해하고 싶진 않지만 수전과의 말다툼을 피하기 위해 더이상의 언급을 피한다. 그렇게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찾고 사랑의 도피를 선택했다면 기쁨과 환희에 차는 하루하루가 그려질만도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듯한 안락함과 사랑에 가득차서 이대로 죽어도 좋을듯한 느낌은 별로 받을 수 없다.
19세의 폴과 48세의 수전, 그들의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사랑이 몰고 온 대사건부터 수전이 다시 빌리지에 돌아가기까지 이야기는 파란만장한 한편의 영화같은 감정을 선사해줄 것 같지만 줄리언 반스의 담담하게 이어나가는 문체로 인해 격정적인 막장 분위기의 사랑느낌은 별로 받을 수 없다. 그랬기에, 그렇게도 담담했기에 더욱 슬프고 오랫동안 가슴에 남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비난받아 마땅한 그들의 사랑은 무기력한 관계속에서 희망을 가질 수 없었던 수전과 고든의 결혼생활과 그럼에도 인생을 살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했던 수전의 나름의 이기심이 보태졌다는 시선으로 보는 것은 너무나 편파적인걸까?
폴의 시선에서 덤덤히 이야기하고 있는듯한 그들이 사랑이야기는 폴의 입장에서, 뒤늦게 알게 된 수전의 감정들은 사랑을 함께 시작했지만 시간이 흘러 그들에게 다르게 기억될 연애의 기억으로 남겨진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