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 만렙 집돌이의 방구석 탈출기
김재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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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 김재주 지음



제목에 히키코모리가 들어가서 작가는 당연히 일본인인줄 알았다. 작가 이름도 확인해보지 않고 읽어내려가다 우리나라 사람이란걸 알고 깜짝 놀랐다. '10년동안이나 방에서 보낸 사연이라니....', '이 사람 도대체 몇살이지?' 등등 여러가지 궁금증이 들면서 과연 10년 동안이나 집밖에 나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10년동안이나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으니 분명 엄청난 사건이 있었을거란 생각과 함께 읽어내려가다 그 시작이 몇년이나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친한 동생놈하고 눈이 맞았다는 사실에 '음...그래도 뭔가 더 있을거야...'하는 마음이었더랬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엄청난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던 여자친구가 친한 동생놈과 눈이 맞았다면 당연히 마음이 아프다. 미칠듯이 마음이 아파 잠도 못자고 숨도 쉴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게 10년이나 집 밖에 나오지 못하게 만들 이유로 과연 타당한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슬금슬금 '참...인생 안이하게도 사네.', '다들 그렇게 살지 누군 힘들지 않나.', ' 다 큰 자식이 부모 등에 빨대 꽂고 사니 절박함이 없어 십년씩이나 방구석에 쳐박혀 살았지...'란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더해면 더했지 위로와 격려 따위를 날려줄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10년의 히키코모리 생활로 친구들도 떠나고 돈도 없으며 부모님에겐 걱정만 시키는, 누가 봐도 내세울 것 하나도 없는 루저일 뿐인 작가의 삶을 보며 하루하루 전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야유와 멸시의 대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반정도 읽어내려갈 때까지 나 또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러다 퍼뜩 깨달았다. '이 사람에 대해서 내가 뭘 안다고 루저라고, 세상에서 재기 불능할 낙오자란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나는 얼마나 노력하며 사는 삶을 살았다고 이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것일까?' 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 사람과 나의 차이점은 방안에 쳐박혀 있었느냐, 아니냐 그 뿐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온 듯하여 인생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아냐고, 노력하지 않는 삶에 안주하며 사는 것이 과연 인생이냐며 작가보다 더 노력하며 하루하루 전투적으로 살아온 이로 코스프레해서 설교같은걸 할 수 없다는 입장이란걸 깨달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척하며 내자신을 괴롭혔던 많은 날들 속에 조금이라도 나태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얼마나 내 감정을 쓰레기 버리듯이하며 살아왔는지...아직도 나의 존재가치를 찾기 위해 조금이라도 덜 노력하며 사는 사람들을 찾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게 다가왔다. '에이 이 루저 자식아!'라고 말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는 그런 말을 못할 것 같다. '뭔가 사연이 있겠지...'하면서도 '인생을 저따위로 살아서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그래'란 상충되는 생각속에서 이 책을 읽음으로써 깨달아지는게 있었다. 히키코모리로 방구석에 십년이나 쳐박혀 살아왔던 삶이지만, 당장 보기에 남들은 이미 저만치 가있고 나는 출발선상에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고 괴롭지만 그런건 다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그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그보다 더 나을게 없는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를 응원하는 마음만큼 내 자신에게도 반성과 응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저 호기심에 들었던 책이었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글들에 책을 덮으며 괜히 가슴 벅참이 느껴졌다. 무언가 열심히 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 이미 삶을 충분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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