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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배종훈 지음 / 더블북 / 2018년 8월
평점 :
더블북 /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 배종훈 드로잉 에세이
봄보다 가을을 타서 그런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요즘, 드로잉 에세이라는 흥미로운 에세이책을 만났다. 일전에 '이젠 흔들리지 않아'란 책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 '배종훈'의 드로잉 에세이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편은 일본 여행을 소재로 삼고 있다.
며칠밤을 계획하며 떠나는 여행이든, 계획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이든, 여행은 살아가는 과정에 없어서는 안될 삶의 일부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방전된 일상에서 다시금 활력소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에서 느끼게 되는 소소한 행복감과 감사함들, 바로 지금 풍요로움 속에서 절대 느끼지 못할, 너무도 작은 것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은 욕심, 근심을 모두 내려놓고 인간 그대로의 겸허함을 느끼게 해준다.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는 일본 '와카야마', '오카야마', '아키타'의 여행을 주제로 일본여행에 빠져서는 안될 볼거리, 먹을거리가 당연한듯이 들어있는 책은 아니다. 일본여행서가 아니라 에세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느꼈던 순간순간의 기억들을 담아내고 있어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배종훈 작가의 눈을 통해 보고 공감하며 생각하게 됐던 에세이였다.
혼자하는 여행에서 느껴지는 당참과 왠지 모를 쓸쓸함도 함께 느껴졌는데 결혼전에 혼자 하는 여행을 꽤나 좋아했던 나로서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혼자하는 여행에서 느껴지는 깨달음과 충만감의 옛기억이 세포 하나하나에 되새겨져 짜릿함마저 느껴지게 됐는데 여행에세이를 읽으며 참 오랜만에 느껴지는 기분에 괜시리 추억에 젖어들게 됐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여행길에서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골목을 누비며 선명한 사진 대신 드로잉으로 다가오는 풍경은 여행에세이에서 자주 접하지 않았던지라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가보지 못한 곳이고 그림이기에 정확하고 선명함에 길들여져 있는 독자의 눈으로는 초반에 꽤 불편함을 느끼게 됐지만 한장 한장 넘기다보니 그림이 주는 포근함과 정다움이 느껴져 언젠가 그 곳에 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그림이 순간 기억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