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기타노 다케시 지음, 이영미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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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스톤 / 아날로그 / 기타노 다케시


빠른 속도와 스마트한 세상은 인간의 활동을 편하게 만들어주었지만 그럼에도 핸드폰 없이, 컴퓨터 없이도 마냥 행복하고 순수했었던 어릴적 기억에 꽤 오랫동안 붙잡혀 있을 때가 있다. 작은 것도 나눠먹으면 기뻐하던 그 시절, 길가에서 어른들이 건네주는 사탕 하나에도 마냥 행복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날로그'라고하면 구시대의 구닥다리 단어로 다가오지만 어느 덧 나이가 차고보니 '아날로그'란 단어가 그리움의 다른 단어이기도 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지금 시대와 동떨어진 단어 같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아련하여 기대되었던 소설 <아날로그>
그런 기대감과 함께 일본의 내로라하는 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소설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실내와 실외의 건축디자인을 아우르는 '시미즈디자인연구소' 사원인 '미즈시마 사토루',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항상 바쁘게 일했던 엄마와 오붓하게 지냈던 기억도 없이 외롭게 자란 사토루는 지금은 그런 혼자만의 생활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집과 회사, 식사를 해결하는 식당외에 별다른 일탈없이 지내는 사토루에게는 유일한 일탈이라면 다카키와 야마시타를 만나 술을 마시는 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디자인을 맡았던 찻집에서 '미유키'라는 여자에게 한눈에 반한 '사토루',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간단하고 성의없어 보이는 휴대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는 미유키를 위해 사토루와 미유키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않고 목요일마다 찻집 '피아노'에서 보기로 한다. 바쁜 업무속에서 사토루는 미유키를 만날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고 그렇게 둘만의 아날로그식 데이트가 시작된다. 하지만 일의 특성상 외근일과 계획하는 일이 많은 사토루는 출장과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피아노를 찾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몇 주가 흐른 뒤 다시 찾은 찻집에서 미유키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사토루를 맞아준다. 어머니의 죽음과 오사카 발령으로 사토루는 미유키에게 청혼하기로하고 반지를 사서 피아노로 향하지만 결국 미유키는 나타나지 않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사토루는 예정돼 있던 오사카로 이동하게 되고 그럭저럭 오사카에서 잘지내고 있을 즈음 친구 '다카키'에게서 미유키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사토루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피아노로 향하던 중 사고로 뇌장애와 하반신 장애를 갖게 된 미유키, 그런 미유키에게는 사토루가 상상하지 못했던 과거가 있지만 사토루는 모든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아날로그> 속의 사토루는 스마트함에 지배당하여 금새 실증을 느끼고 자기 자신에게 손해 날 짓은 하지 않는 현대인들이 보기엔 한없이 미련맞아 보일 수 있는 캐릭터다. 요즘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얼마 못가 책임지지 못하고 도망칠거라며 빈정거릴 수도 있는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 그러하기에 이 소설이 더욱 빛을 발하며 가슴속에 잔잔한 여운을 줬던 것 같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고 사람의 마음도 같이 빠르게 변해가는 것에 지친 사람들이 이제 그만!하고 반기를 드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하여 왠지 모를 후련함이 느껴지기도하는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토루의 두 친구와 회사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날것 그대로인 인간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뭉클하기도하다. <무색소 저염식 순애소설>을 타이틀에 내걸었던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소설 '아날로그', 일본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든 영화로 만나봐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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