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읽는 시간 -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빈센트 디 마이오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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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의책 / 진실을 읽는 시간 / 빈센트 디 마이오, 론 프랜셀 지음


찬란했던 삶이 죽음으로 바뀌는 순간을 인생을 살면서 많이 보게 된다. 어제까지,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쌩쌩하던 사람이 갑자기 예고도 없이, 아무런 조짐도 없이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는 일들은 남아있는 자들에게는 꽤나 큰 고통이며 시간이 흘러 무뎌진다고해도 간헐적으로 찾아드는 슬픔과 분노, 인생의 허무함은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하지만 다양하게 비치는 죽음 앞에서 그 죽음을 대하는 자세 또한 달라지게 마련이고 여러가지 죽음의 형태를 분석하고 죽은 이를 통해 보여지는 가려진 진실을 읽어내는 법의학자들에게 죽음이란 일반인들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진실을 읽는 시간>은 한 인간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가려졌던 사건들을 죽은자의 몸을 통해 진실에 다가서는 법의학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확하지 않은, 오류로 넘쳐나 감정적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시체에 있는 작은 것조차 간과하지 않고 그것들을 토대로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냉철한 법의학자의 시선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이성적이며 냉철해 사람으로써 마땅히 가져야할 감정이라곤 전혀 없어보여 차가운 이미지를 주고 있지만 책에 실린 사건들을 읽다보면 진실을 통한 사실보다 감정에 치우치기만 하는 것이 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플로리다 주 샌퍼드에 살고 있는 열일곱의 흑인 소년 '트레이븐'은 동생과 먹을 군것질거리를 사러 나갔다가 집을 불과 90미터 앞두고 백인 남성에게 총상을 입고 사망하게 된다. 엄청난 피를 흘려 어떻게 손도 쓰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 이 사건은 흑인 소년과 마을의 도난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자경단으로 활동하던 백인 남성 '지머맨'의 인종차별로 번져 사건의 진실은 가려지고 대통령과 정치인, 연예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흑백 인종차별을 없애자는 선봉에 서게 되었던 사건으로 검사와 변호사의 진실공방은 가름되지 않고 대치되던 중 법의학자의 개입으로 이 사건은 종결된다. 누가 위에 있었고 총이 왜 옷에 붙어 있던채로 발포가 되었는가?는 결국은 서로가 가져왔을 오해가 불러일으킨 끔찍한 사건으로 진실이 가려진 사건이라고 법의학자는 말하고 있지만 밑바탕에 인종차별에 대한 오랜 역사가 없었다면 백인인 지머맨은 얼굴을 모르는 흑인 소년이 두리번거리며 배회하던 것을 도둑이라고 의심하지 않았을테고 흑인 소년 트레이븐은 백인 남성이 자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우월주의에 물든 정신나간 남자라는 의심에 두려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필 그날 저녁, 집을 백여미터 앞둔 상황에서 오해로 시작된 몸싸움은 흑인 소년이 꽃다운 생을 펴보지도 못한채 지게 만들었던 사고로 번지게 되었고 어느 순간 이 사건은 진실에 가까이 가기보다는 인종차별로 불똥이 튀어 피튀기는 양상으로 번졌으니 이보다 더 드라마틱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흑백에 가려진 이 사건 외로 20여년간 아이를 죽여온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총 열가지 사건들을 법의학자가 풀어헤치는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 다양한 죽음과 진실을 알고 싶지만 죽음조차도 내가 편한대로 믿고 싶어하는 인간의 아이러니함을 엿볼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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