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 미적
감각이 제로에 가까워 사람들이 감탄해마지 않는 명작을 보면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림을 보는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가슴에 새겨질 정도로 강렬하게 와닿았던 적도 많지 않았다. 그림보다는 외려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의 삶에 더 관심이 가져 소설 속에
등장하는 팩션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운데 그런 내가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그림에 대한, 화가의 생애에 대한 구구절절한 부연설명이
곁들어진 책이 아닌, 나의 일상과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수록한 글이라는데 있었다. 그림과 화가가 주였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글들을 설명하는 것이 주였던 책들에 비해 이 책은 나의 일상, 생각이 주이고 그림은 부차적인 느낌이라 오히려 그게 색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렇다고 자신의 일상만을 써넣진 않았고 그림에 대한 설명이 곁들어진 장도 만날 수 있다.
윌리엄 맥그리거
팩스턴의 '찻잎'이란 그림을 통해 스콘에 버터와 잼 혹은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 한입 베어 물고 홍차 한 모금을 곁들이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림에서 연상되는 홍차를 즐기는 여인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놓아 재미있으면서도 지금껏 정석이라고 보았던 책들의 흐름과 달라
신선하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었다. 매일 한장한장 일기를 써내려가 듯 일상의 소소한 일과들을 그림과 함께 써내려간 것이 특징이라 여행에세이로도
볼 수 있고 일상 이야기를 주제 없이 풀어내려간 에세이로도 볼 수 있는데 무엇에 속하지 않고 자유로운 글이라 그림에 대한 선입견과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