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의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해리>는 주인공 '한이나'의 시골 친구 이름이다.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며 정신적인 의학 용어이기도한 '해리'는 제목에서부터 벌써 심상치 않은 기운을 안겨준다.
한이나는 엄마의 대장암 수술을 잡아놓고 고향인 무진으로 향했다. 고 1때의 몹쓸 기억 때문에 도망치듯 서울로 전학간 이나에게는 무진의 자욱한 안개만큼이나 그때 그 일도 안개 속에 묻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서린 곳이다. 다행이 엄마는 대장암 초기라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죽음에 대해 처연한 듯한 엄마의 계속 되는 말이 왠지 심상치가 않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에게 죽을 사다주기 위해 병원문을 나섰던 이나는 병원 앞에 일인 시위를 하는 최별라를 만나게 되고 백진우라는 신부 때문에 자신의 딸이 죽었다며 이나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뉴스텐'이라는 인터넷매체 기자인 이나의 직업 본능과 별라의 입에서 나온 백진우라는 이름에서 이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운명이란 것을 느끼게 되고 최별라가 들려주는 백진우와 관련된 이야기에 다가서게 된다.
최별라의 딸 민주는 어느 날 갑자기 백진우 신부의 열렬한 신도가 되었고 부모와의 상의도 없이 짐을 싸서 백진우가 있는 무진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민주는 장애인 봉사를 하며 지내는 것을 최별라가 찾아내고 백진우와의 첫 대면을 하게 되지만 그렇게 넘어간 것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줄은 몰랐기에 딸을 잃은 슬픔이 크다. 최별라가 민주를 찾아간 날로 석달 후 민주는 귀신같은 몰골로 집에 와 며칠 만에 자살을 하고마는데 죽은 민주는 임신중이었지만 부검을 해볼 엄두도 못내고 민주의 부모는 화장을 시키고 만다. 뒤늦게 민주의 카톡을 통해 백진우 신부와의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고 불법이지만 백진우의 통장거래내역까지 수중에 넣은 별라는 그를 고소하고 싶지만 저편에서는 너무나 깨끗한 백진우 신부를 음해하려는 세력의 음모라는 비난이 쏟아져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만다. 별라의 이야기를 듣던 이나는 그 속에 등장하는 고향 친구 해리의 또 다른 면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실체에 점점 다가서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