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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1 ㅣ 수능대비 한국문학 필독서 2
이광수 지음, 송창현 엮음 / 넥서스 / 2018년 7월
평점 :
학창 시절 이광수=무정을 수학 공식처럼 외웠던 적이 있다. 엄마가 밀어넣어주었던 '한국 문학 필독서'를 통해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역사적 배경과 그때의 상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였기에 흥미롭다기보다는 그냥 책장에 꽂혀 있으니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당시 '무정'을 읽었으면서도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보니 다시 읽어보고 싶었던 차에 넥서스에서 '수능대비 한국 문학 필독서'로 '무정 1,2'편이 출간되어 만날 수 있었다.
무정은 지금의 가치관으로서는 답답하기 이를데 없는 인물들이 당시 유교적 사상과 급변하는 서양식 문물 속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당연히 지금의 가치관에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입속 가득 밀어넣은 고구마 때문에 목구멍이 콱 막혀버린 듯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유학을 다녀와 영어 선생을 하고 있는 이형식은 미국 유학 준비를 하고 있는 김 장로의 선형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된다. 그 무렵 자신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박 진사 댁 딸인 영채와 연락이 닿게 되고 오빠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세가 기울어 기생이 된 영채를 보며 형식은 예전에 영채를 좋아하던 마음 뒤로 현재 기생이 된 영채의 행동거지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신문물을 접하며 유학까지 다녀와 신지식, 엘리트라 불리우는 형식이지만 온몸에 배어있는 유교적인 사상을 어쩔수는 없어 기생이 된 영채의 몸가짐에 대해 불안한 생각을 하는 형식의 모습에 답답함이 느껴졌다. 한편 영채는 기생이긴하나 몸가짐이 발라 형식이 오해하는 듯한 행동은 하지 않았음에도 그것을 형식에게 전달하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과외를 통해 만나게 되는 아리따운 선형, 선형의 아버지 김 장로는 형식을 마음에 들어하여 둘이 결혼하여 같이 미국으로 유학을 갈 것을 권유한다.
어려운 시절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은사의 딸로 연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보잘것 없는 기생 신분인 영채, 가세가 기우는 도중에 아버지를 살려보고자 기생을 선택한 영채, 현재를 살아가며 부러울 것 없는 집안 딸인 선형, 두 여인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형식.
나는 형식의 선택이 춘원 이광수의 모습인 것 같아 씁슬함이 더했는데 조선 신문학의 선두주자로 일컬어지는 이광수지만 그 이면에 자신이 선택했던 조선과 일본의 갈림길을 형식과 영채, 선형을 통해 투사한 것 같아 복잡한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