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에 벨이 울린다. 아이나 남편이 귀가하기엔 이른 시간이다. 더군다나 남편과 딸은 벨을 누르며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살짝 스치는 의구심과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스치는 호기심, 택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누구냐고 되묻는 집 주인, 현관문
밖에서 벨을 누른 사람이 무료로 수질 검사를 해준다고, 또는 이불을 무료 세탁해준다며 붙임성 있게 이야기한다면 당신은 문을 열어줄 것인가?
낯선 이의 등장에 멈칫하게 되면서도 무료라는 말에 고민하게 되는 집주인.
사람이
사람에게 해코지를 할리 없다는 믿음과 설마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리 없다는 안이함, 무료라는 말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집주인에게 한낮의 방문객은
서슬이 퍼런 웃음을 띄며 다가온다....
<한낮의
방문객>은 방문판매원의 강압적인 판매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살인 이야기이다.
택배라고해서
문을 열어줬더니 강도였더라, 가스나 전기 검침하러 왔다해서 문을 열어줬다가 살해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현실 속에서 이미 여러번 일어났던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한낮의 방문객>에 등장하는 방문판매원 이야기가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매체로 사건을 접하며 우리는 경악하고 흉흉해진 사회에 대해, 그런 인간들에 대해 적의를 품게
된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을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는다. 왜? 불안하고 불길하며 재수없는 얘기니까....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범죄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그저 나는 운이 좋아서 당하지 않았을 뿐이란 생각이었다.
쉰여섯에 대학에서 저널리즘 강의를 하는 다지마, 그는 6년전 아내와 이혼한 후 혼자 옛날식
아파트에서 살아가고 있다. 친한 친구 덕분에 대학에서 저널리즘 강의를 하는 강사로, 출판사에서 취재 요청이 있을 때 사회현상과 범죄에 대해 글을
쓰며 근근하게 살아가는 다지마에게 고독사에 대한 취재 요청으로 '미타카 모녀 아사'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젊은 엄마와 어린 딸은 몇달동안
집세가 밀리고 전기와 수도마저 끊긴 상황에서 아사한 죽음을 맞이했는데 모녀의 죽음으로부터 두 사람이 얼마나 사회로부터 고립되었고 수돗물로 생명을
연명할만큼 절박한 상황임에도 도와주는 이가 없는 각박한 세상에 다지마는 분노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지마는 옆집에 사는 류노스케 자매로부터 방문판매원이 50엔이나 하는 정수기를
사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겁을 주면서 자신들의 집에서 안나간다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미도리카와라는 경찰을 알게 된다.
방문판매라고는 하지만 터무니 없는 물건 강매에 다지마와 미도리카와의 도움을 받고 자매는 정수기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미도리카와는
다지마에게 방문판매를 목적으로 방문했던 집들 중 의문의 살인사가 있었지만 그것이 여러 사건들과 연관되지 않아 경찰에서는 방문판매로 인한 살인이
아닌 그저 살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살인 사건이 일어난 한 곳에서 15년전에 충격적인 사건을 벌였던 범인의 지문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통해 방문판매 살인 조사를 부탁한다. 미도리카와가 흘려준 정보로 다지마는 방문판매 살인이라는 타이틀로 취재를 하게 되면서 점점
그 실체에 접근하게 되고 인간이 인간을 물건 취급하듯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된다.
다정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일단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 들에게 무방비하게 노출된 집
주인은 터무니 없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사거나 살인에 노출된 위협에 더욱 섬뜩했던 소설 <한낮의 방문객>
이 소설을 읽고나면 이제 쉽게 현관문을 열어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