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숨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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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 불온한 숨 / 박영 장편소설



마담, 당신 같은 여자는 죽어도 모를 거야.
가슴속에 슬픔이 차오르도록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 마음에 대해서 말이야.
당신이랑 여자는 늙어 죽는 날까지 깨닫지 못할 거야.
지금 당장 누군가를 끌어안지 못하고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이 깊은 슬픔을 말이야.
죽어도 좋을 만큼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을 테니까.


서른 여덟의 무용수 제인, 한국의 한 교회 보육원에서 자라던 그녀는 딸을 잃은 영국인 여자에게 입양되어 싱가포르란 곳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지금이 있기까지 제인은 새 어머니의 죽은 딸이 추었던 춤을 대신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이 그것이라 믿으며, 또는 내면에서 하는 말을 차단하며 외롭고 어둡게 자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 맥스와 마리의 춤을 보며 제인은 자신의 억눌렀던 감정과 욕망을 마주하게 되고 지금까지 새어머니가 정의내린 제인이란 틀을 깨며 그렇게 맥스와 마리의 춤에 기꺼이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내면에 갇혀있던 제인을 깨주었던 그 춤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금기시되던 것이었으니 그 춤으로 인해 마리는 성폭력이란 꼬리표를 달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그들의 춤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지만 그 일로 인해 제인은 내면으로 다시 움츠러들게되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렇게 거짓말을 하며 용케도 버티어온 제인의 삶에 이제 무용수의 삶을 언제까지 이어나갈 수 있을지 춤을 출 때마다 절규하는 자신의 몸을 보며 고민하게 되던 제인은 파격적인 춤으로 알려져 한창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텐이란 남자에게 이번 무대의 주인공으로 지목당하게 되고 그렇게 그와의 첫 대면에서 그동안 제인이 꽁꽁 숨겨두었던 옛 기억을 불러오는 춤을 무대에서 출 것을 이야기하는 텐에게 위험을 감지하게 된다.

오로지 춤을 위해, 춤 속에 자신을 숨기기 위해 무던히도 달렸던 제인, 딸을 낳으며 모든 육아조차 헬퍼 크리스티나에게 맡기고 남편인 진과의 사이도 썩 좋지 않다. 그렇게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해 내달렸던 삶은 하나밖에 없는 딸인 레나는 헬퍼인 크리스티나에게 의지하고 남편인 진과도 서먹하며 레나를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엄마인 제인보다 더 정성으로 키웠던 크리스티나 또한 제인의 마음같지 않은 상황에서 꽁꽁 숨기고 싶어하던 과거를 들추어내며 다가온 비밀스런 남자 텐...

읽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은 박영이란 작가 특유의 문체로 인해 더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감각적인 문체에 마력을 한껏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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