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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보이스 키싱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책이있는마을 / 투 보이스 키싱 / 데이비드 리바이선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그것을 이해하기 꽤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고
남녀의 사랑이 아닌 동성애의 사랑이란 금기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쓰고 보았으니 생각해보면 애초부터 이해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
모르겠다.
동성애를 다룬 소설이란 것은 책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육체에 관한 본능적인 이야기보다는
그들의 생각과 고민이 글로 어떻게 풀어써져 있을지 궁금해서 선택하게 되었던 <투 보이스 키싱>
게이란 이유로 길거리에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타리크, 갈비뼈가 부러지고 멍이 들었으며 무엇보다
마음이 상처를 입은 타리크를 보며 그저 게이란 이유로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야했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본 크레이그는 무기력한 감정과 타리크를
폭행한 남자를 찾아내 복수하고 처벌하는 것이 아닌 자신은 인간이며 평등한 존재라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해리에게 <기네스북>에
오래 키스한 시간을 깨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주자고 제안하고 해리는 그것을 흔쾌히 승낙한다.
<투 보이스 키싱>은 해리와 크레이그의 최장시간 키스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그와 가까운
곳에서 동성애란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함께 전개되는 형식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동성애를 고민하는 인물들, 그들을 응원하는
주변인들, 그들을 벌레보듯 조롱하는 인물들, 그리고 자식이 동성애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들을 어떤 거대한 인물이 위에서 바라보며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자주 접할 수 없는 방식이라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런 방식 때문에 초반 한참동안은 적응하는게 쉽지 않았지만
그것이 동성애로서의 힘든 삶을 살았던 인물이 각기 인물들을 대변하듯 이야기하는 방식이라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해주거나
때로는 독자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최장시간 키스에 도전하는, 한때는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우정을 간직한 크레이그와 해리, 현재
연인인 피터와 닐, 게이 파티에서 처음 만나 이제 막 만나기 시작한 라이언과 에이버리, 자신의 정체성을 부모님께 들켜 가출한 쿠퍼.
나는 모순적이게도 종교집단에서 동성애에 관해 보수적이고도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 왠지 반기를 들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성애자들이 서로를 향한 마음을 육체로 표현하는 것에는 차마 열린 마음일 수가 없다. 그저 지금은 내 일이 아니고
타인의 일이기에 진지하지 못할 뿐이다. 가끔 공인들이 커밍아웃 선언을 하면 대단한 용기라며 호기롭게 이야기하면서도 만약 그 사람이 내 지인이라면
나는 지금 내가 보인 관대함을 그 사람에게도 보일 수 있을까 의아해지곤한다. 아마...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저
나는 아니기에 항상 중립적인 입장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파동이 일어나는 감정을 느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이것이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동정이나 가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발쯤은 그들에게 가슴을 열어주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너희 중에 더러는
아직도 두려움에 떤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너희 중에 더러는 아직도 침묵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지금이 더 좋다고 해서
늘 좋으리란 법은 없다. 꿈꾸고 사랑하고 섹스하는 것, 이 중 어느 것도
우리의 정체성을 말해주지 않는다. 남들이 우리를 볼 때는 그럴지 몰라도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볼 때는
그렇지 않다.우리는 저보다 한층 더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