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예출판사 / 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작년 한 드라마에 소개되며 <19호실로 가다>라는 책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단순히 새로 나온 신간인가했었는데 이 책을 쓴 작가 '도리스 레싱'은 1919년생으로 수 많은 작품으로 서머싯몸 상, 메디치 상, 유럽문학상, 셰익스피어상, 그린차네 카보르 상, 데이비드 코헨 문학상,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 등을 받으며 2007년에 이르러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학계의 거장이란 사실을 알고 그녀의 단편들을 좀 더 자세히 읽어보게 되었다.

<19호실로 가다>는 '도리스 레싱'의 11편의 단편선을 수록한 것으로 각 단편선마다 환경, 문화, 전쟁 휴유증, 성차별, 이별 후의 아픔 등 다양한 소재가 들어있어 각 작품마다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각 주제마다 세밀한 심리묘사가 마치 천천히 진행되는 슬로무비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어 어떤 단편은 이해하기가 난해하여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데 반해 대부분의 단편들은 우울해서 푹 가라앉을 것 같은 우울함을 덤덤한 문체로 끌고나가는 방식이 독특해서 묘하게 끌렸던 것 같다.

처음에 만나게 되는 작품 <최종 후보명단에서 하나 빼기>는 무대 디자이너 '바버라 콜스'와 함께 라디오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는 '그레이엄 스펜서'라는 인물에 대해 나오는 이야기인데 스펜서가 그저 바버라를 성적 대상으로만 삼아 쟁취하겠다는 욕망을 불사르는 과정이 너무나 세세하고 남,녀의 각 심리를 너무나 잘 풀어내고 있어 남자와 여자의 심리 상태, 그 시대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남성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등을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최근 미투 운동으로 불거져있는 불평등 성차별의 예전 버전을 보는 것 같았다. 이야기 속에서 보여지는 스펜서의 성적인 쟁취만을 향한 집착에 소설을 읽는내내 '왜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는데 생각해보면 소설 속 스펜서란 인물이 특이한 성향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간에서 자행되는 불평등한 성에 대한 인식을 스펜서라는 남성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어떻게 해서든 바버라를 쟁취하려는 스펜서의 한낱 쓸데없는 욕망 앞에 포기한 듯 체념한 바버라의 모습 또한 뜨헉스러운데 얼마나 많은 세월동안 여성들이 강제적인 성폭력 앞에 그저 묵묵히 입다물고 살아왔었던가가 엿보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만약 이 단편이 그렇게 끝났다면 그저 분노하게 만드는 소설 중에 하나로 기억됐을텐데 노련한 바버라의 행동이 그나마 조금의 위안을 주는 작품이었다.

<내가 마침 심장을 잃은 사연>은 이별에 대한 연애감정을 잘 묘사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꿈 얘긴가? 싶을 정도로 몽환적인 느낌도 살짝 들어 다 읽고 나서도 가지들이 무수히 많이 나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작품이었다.

'도리스 레싱'의 단편선들을 읽으면서 그녀 특유의 인물, 사물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 이런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음에 감탄하게 됐던 것 같다. 남녀 불평등 성차별과 전쟁 휴유증에 대한 무거운 소재들만 들어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깨는 재치도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