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래>라는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이라고해서 관심이 가졌던 구소은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무국적자>
알게 모르게 우리는 나라의 피해자인채로 자라왔지만 빛에 가려져 도달하지 못한 진실들은 사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독재자에 의해 짓밟히고 사라졌던 모든 진실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그 진실들을 드러내고 있으니 <무국적자>는 196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민낯을 사실 그대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화자인 기수의 어머니와 엄마의 편지 내용엔 남북이 갈라져 온 나라가 폐허가 되고 전쟁고아가 난무하던 혼란의 시기를 지나 경제대국을 일으키고자 했지만 그것이 독재라는 이름으로 탄생하고 새마을 운동이라는 경제화로의 발돋움을 시작했지만 그 이면에는 너무나 굴욕적인 체결이 있었고 그 외로 나라 안밖으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의 등장은 교과서로 배우는 근대사가 아닌 우리가, 주위의 이웃들이 살아왔던 세월을 고스란이 만날 수 있어 역사 교과서를 보는것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약자라는 위치에서 억압받고 위협받으며 그것을 그저 약자의 위치에서 감내해야했던 수 많은 우리의 이웃들, 나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통해 근대사는 물론 소통이 불가하다고 느꼈던 윗세대들의 고단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던 소설이기도 했다.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했던 작가라 추구하는 방향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역사의 단면들을 소설속으로 끌어와 이야기를 만드는 것엔 거의 무방비한 상태가 되는지라 마지막 장면에서의 먹먹함에 가슴이 묵직해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