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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 ㅣ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평점 :
블루홀식스 / 테미스의 검 / 나카야마 시치리
그리스 율법의 신 테미스 여신상은 한 손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들고 있어 어느 한 곳에 치우침 없는 공정성으로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준엄한 판결을 내릴 것을 당부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 많은 원죄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 잘못 없이도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로 낙인찍혀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야하는 사람들의 억울한 이야기는 어느 곳에서나 존재하며 소설 속 이야기 소재로도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테미스의 검> 또한 그런 원죄의 내용을 다루고 있어 원죄 관련 소설이 특히나 많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 중의 하나가 아닐까?란 조바심이 느껴졌던 소설이다. 꽤나 강렬한 소재의 소설을 쉬지도 않고 몰아 내놓는 통에 독자로서의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되기도하지만 반면 소재의 무거움과 잔혹함이 몇 배로 힘들게 느껴져 고민에 빠져들게 되는 밤을 선사해주는 나카야마 시치리, 얼마전에 원죄와 관련된 소설에서는 사법부의 강압 수사로 한 가족이 해체된 슬픈 이야기를 만났던 반면 <테미스의 검>에서는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범인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으나 결국은 사형을 구형받게 되고 그 억울함 때문에 자살해버린 후 5년이란 시간이 흘러 다른 사건을 수사하던 중 5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이 따로 밝혀지게 되고 5년 전 사건에서 경찰의 강압수사가 있었음을 알게 된 와타세 경부는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자신을 걸고 조직을 고발하기에 이른다. 그로 인해 조직은 와해되버리지만 와타세 자신은 남아있게 되고 결국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범인에 대한 제대로 된 증거보다는 심증으로 이루어진 강압적 수사로 인해 받아낸 자백으로 범인을 가려내고 그것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되어 어느 날 범죄자로 낙인 찍혀버린 사람들, 빠른 해결과 실적에 만족하는 경찰의 모습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의 그 모습들과도 전혀 다르지 않아 오싹함이 느껴진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목한 목격자와 제대로 된 물증도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들의 강압 수사에 범인이 되어 구형을 살았던 사람의 다큐를 본 적이 있었다. <테미스의 검>에서는 경찰인 와타세 경부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어 느낌은 약간 다르지만 어쨌든 원죄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내용이라 다큐멘터리를 봤던 것이 떠올라 소설을 더 생생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최근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를 통해 법의학 관련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새롭게 이어질 와타세 경부 시리즈 또한 독자로서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 원죄와 관련되어 범인의 시선에서 주로 보았다면 <테미스의 검>은 잘못을 저지른 경찰의 시선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