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아가 되어 보육원에서 자란 효주, 함께 놀다 해가 지고 동네에 밥냄새가 퍼질 때쯤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아이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홀로 남아 밥냄새가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자신을 상상하던 효주는 그렇게 가슴속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어른이 된다. 버스터미널에서 일하며 일방적으로 구애를 펼쳐오는 동우에게 마음을 열어 2년 7개월을 사귀었지만 효주에게 청혼을 한 동우에게 부모님이 안계시다는 것을 이야기 한 후 둘 사이에는 미묘한 온도 차이가 생기고 결국 일방적으로 동우가 이별을 통보한 후 직장인 버스터미널에서도 잦은 실수를 하던 효주는 손님과 다투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매일같이 터미널로 순찰을 돌던 동우를 안봐도 된다는 안도감과 직장에서 마찰이 있던 사람과의 껄끄러움을 피해서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던 효주는 가진것 없는 자신의 현실과 부딪치게 되고 월세를 내지 못해 주인아주머니에게 상황만 모면하게 되는 거짓말을 하는 신세가 된다. 그 와중에 동우를 잊지 못해 밤중에 전활 걸어 애정을 구걸하는 효주의 모습, 짠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울컥하는 감정이 느껴져 경제적으로도 편안해지고 동우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효주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도때도 없이 왈칵 쏟아지는 코피로 인해 겨우 잡힌 구직활동을 망친 효주는 하루하루 벼랑위에 서 있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효주에게 낯선 아저씨로부터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내려와서 상주 노릇을 하라는 전화를 받게 되고 효주는 알지도 못했던 외할머니의 상주 노릇따윈 안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효주 앞으로 할머니가 남긴 유산이 있으니 잘 생각해보라고하며 전화를 끊고 외할머니의 집 주소가 찍힌 문자를 전송한다. 유산 얘기를 듣지 않았다면 효주는 충북 제천시 덕산면 도기리 190번지로 향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가 됐든간에 얼굴은 알지 못하지만 작은 유산으로나마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에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고 도기리로 향하게 되는 효주,
처음 가는 곳,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보는 시골식 장례식을 마치며 집 뒷산 숲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듣게 되지만 바람에 숲으로 들어간 모자를 잡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숲으로 한발짝 들여놓게 된 효주는 할머니 집 문을 나가려고 들면 몸이 튕겨져 나가 나갈 수 없는 신세가 되고 숲에서 만났던 낯선 남자와 오래된 은행나무로부터 그림자를 찾아야 숲이 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5일이라는 시간동안 숲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그림자를 찾아야만 숲의 일부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에 효주는 부지런히 자신의 그림자를 찾기 시작하는데....
판타지 소설에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 편이지만 어릴 적 동네 할머니들이 겁주려고 들려주셨던 무서운 옛날 이야기의 매력을 이 책에서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 궁금했던 <달가림>
시골에서 자랐던터라 어릴 적 얼핏 보았던 상여집과 꽃상여, 동네 어른들이 상여를 매고 동네를 돌았던 기억이 효주가 할머니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떠올랐다. 어릴적엔 무서우면서도 묘한 호기심이 일어 들어가지 말라고했던 상여집을 몰래 엿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기억이 있는 나조차도 사람이 죽어 저승으로 가는 의식을 치르는 오래된 장례 절차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에 동네 어른들이 효주 외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세하게 보여지는 장례절차가 신기했었다.
뭔가 조금은 뻔한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소재에도 생각보다 뻔해서 식상하지는 않아 의외로 술술 읽혔던 것 같다. 어단비라는 작가의 글은 처음 보았지만 아마 다음 작품도 궁금해서 손에 잡아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