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한스미디어 / 고양이는 안는 것 / 오야마 준코


일본 소설엔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보통 외롭고 쓸쓸한 주인공 옆에서 말동무가 돼주는 존재로 많이 등장하곤 하는데 <고양이는 안는 것>에서는 독특하게도 인간과 고양이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전개돼 소설이 끝날 때까지 흥미로움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고양이가 등장하고 범죄나 스릴러물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강하게 다가올만한 사건들은 없지만 잔잔함 속에서도 등장하는 인간과 고양이의 이야기가 묘하게 얽혀 있어 잠깐 한눈을 팔면 다음장에 이어질 내용에서 어리둥절할 수 있다는게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일듯하다.

도쿄 변두리에 위치한 아오메강과 네코스테다리, 오래 전 아오메강 주변엔 짐을 나르기 위해 흙벽으로 지은 물류창고가 있었고 자연스레 창고를 드나드는 쥐들 때문에 상인들은 고양이를 들여 창고를 지키게 했다. 그러던 것이 물류창고가 서양식으로 지어지고 쥐들이 살 수 없게되자 고양이는 더이상 필요가 없어졌고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지어진 말이 네코스테(고양이를 버리다)였다. 그런 유래가 있던 네코스테 다리는 산업화로 쇠퇴했고 하루종일 드나드는 사람수도 없을만큼 조용한 곳이 되어버렸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착각하며 사는 '요시오'는 집을 모르던 그녀와 살기 위해 집을 찾아나섰다가 아오메강으로 떨어져 정신을 잃고 네코스테 다리에서 깨어난다. 마침 수 많은 고양이들의 집회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강가로 떨어져 다친 휴유증 때문에 당분간 암컷 고양이 '키이로'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기로 한다.

마흔살인 '사오리'는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오빠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는 삶을 살면서도 부모에게 그 어떤 반항이나 불평조차 하지 않는 착하지만 어찌보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답답한 여자이다. 도쿄에서 대학을 마치고 결혼한 오빠가 친정으로 돌아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며 부모님 일을 거들어주던 사오리의 위치 또한 좁아지게 되고 그러던 중 자신이 집안에 민폐만 끼친다는 생각에 스물 다섯에 집을 가출하여 도쿄에서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트에서 캐셔를 하던 사오리는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여학생을 대신해 사과하러 온 고등학교 교사 '요시오'에게 반하게 되고 길을 걷다 애견숍에서 발견한 숫컷 러시안블루 고양이에게 고등학교 교사의 이름인 '요시오'란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이 사는 기숙사 창고에서 몰래 키운다.

그림 그리는 것말고는 제대로 된 밥벌이조차 하지 못하는 고흐는 혼자서 딸을 키워나가는 누나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무명 화가이다. 그런 그에게는 키이로라는 암고양이가 있다. 그리고 삼촌을 너무 좋아하는 고등학생인 조카 '호노'와 고흐의 화실에 이따금씩 나타나는 가타오카가 있다.

혼혈로 태어나 뛰어난 외모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관심을 받는 '이케나가 요시오'는 자신의 외모가 고마웠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있지만 일에 대한 보람도 없다. 그런 그를 귀찮게하는 '호노'란 여학생이 있고 요시오는 조만간 교사직을 그만두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고양이는 안는 것>에는 등장하는 인물이 많지 않다. 등장하는 고양이 또한 많지 않지만 책을 읽으며 딴생각을 하다가는 다음장에 튀어나오는 이름에 멍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마치 계주를 하듯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이야기에 잠깐 어리둥절하게 되다가도 다음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지려고 앞에 그랬던거구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릴적엔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야기의 드라마를 어렵지 않게 봤던 것 같은데 왜 나는 <고양이는 안는 것>에서 유독 아련함과 특별함을 느꼈던 것일까? 슬픈 이야기도 있지만 달달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첫사랑에게 교환 일기를 쓰던 바로 그 느낌으로 이책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이누도 잇신 감독이 소설을 영화화했고 <1리터의 눈물>에서 이국적이지만 청순한 이미지로 등장했던 '사와지리 에리카'가 사오리 역을 맡아 연기를 했다고하니 영화 또한 너무 기대가 된다.

잔잔한 감동의 여운이 남았던 <고양이는 안는 것> 아마 이누도 잇신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으니 영화 또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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