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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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 당신의 노후 / 박형서 소설


중년 파산, 노후 파산이란 제목이 붙은 책을 언젠가부터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수명은 연장되었지만 평생 힘들고 고생스럽게 일 한뒤 찾아오는 노년의 안락함은 기대할 수 없는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우리의 부모 세대가 아마 부모 봉양의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란 글귀를 어느 책에서 보았을 때 자식한테 기대지 말아야겠다는 마음 한편으로 과연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나의 노후를 보낼 수 있을 여력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 밤잠을 설치며 심란해했던 기억이 있다.

세대를 아우르며 내리누르는 불안감 때문에 젊은 세대는 나이든 기득권층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고 나이든 세대는 시대 흐름을 자각하지 못하는 자신의 세대감을 제쳐놓고 그저 나의 젊었던 기억에 기대 잣대를 들이댄다. 어찌 생각해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많이 가지고 놓지 않으려는 이해득실을 맛보는 몇몇 사람들과 언론에 휘둘림 당할 뿐인데 그저 지금 나의 울분을 누군가에게 쏟아부을 대상을 찾기 급급해져버린 삭막한 시대, 그런 시대를 잘 반영하는 소설인 <당신의 노후>는 읽기에 앞서 단단히 맘을 먹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이야기에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것처럼 답답해졌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려운 시대를 지나, 불우한 환경이나 사고를 딛고 살아가는 70~80대 노인들이다. 평탄하지 않은 삶 속에서 기쁨과 슬픔, 수 많은 고난을 맛보며 살아왔지만 결국엔 연금에 기대어 삶을 연명하는 늙은 육신이 있을 뿐이다. 그런 노인들이 방에 연탄재를 피운 채 자살하고 나무에 목을 매 자살하고,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뺑소니에 치여 사망하고.... 사람들은 불우한 가족사와 혼자 남아 늙은 육신을 이어가는 낙도 없는 삶에서 그들의 죽음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저 하루 이틀 이슈화되고 돌연 사라져버린 연기같은 이야깃거리에 불과했으니 나이듦과 자살이라는 씁쓸함 뒤에 사람들은 바쁜 생활 속으로 총총히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그들의 죽음 뒤에는 정부의 세력이 숨어 있었으니, 사실 그 설정이 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독재와 탄압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국가 권력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듯 이 소설에서는 젊은이 3명이 노인 7명을 먹여살려야하는,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위해 한끼값과 맞먹는 가격의 지하철을 타지 못하는 젊은이들 이야기에 정부 기관이 투입되는 오싹한 가상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말이 많은 기관이지만 노후와 그 기관을 연관지어 이런 소설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런 발상을 가져다 준 지금의 현실이 소설을 읽는 내내 오싹함과 암울함을 느끼게 했다. 

노후의 미래가 어둡지만 우울해할 독자를 위해 암울함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개도 안믿을 희망을 자꾸만 부여해주는 책을 보고 있노라면 '이걸 내가 왜 읽었을까? 가뜩이나 지금도 힘든데...'란 생각에 후회감이 밀려들기 일쑤였는데 이 책은 그런 일말의 희망조차 주지 않고 있어 어쩌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안그래도 노후를 생각하면 착찹해지는 기분인데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노후의 미래가 이런 모습일거라곤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했으리라....

 

 

자넨 좋은 사람일세.
자네가 담당한 이들은 모두 품위 있게 생을 마쳤네.
늙고 병들어 손가락질 당하는 삶에 견주면
자네가 훌륭한 자비를 베푼 걸세.


 그러면 자네는, 자네들은 가망이 좀 있는 거 같은가?
이길 것 같아?
아닐세. 곰곰이 따져보면 자네들도 가망 없긴
마찬가지야.
시간이 노인의 편이 아닌 것처럼
젊인이의 편도 아니지.
시간은 결국 살아 있는 모두를 배신할 걸세.
싸우다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덧 자네들도 맥없이
늙어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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