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 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누마타 신스케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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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영리 / 누마타 신스케 소설


누마타 신스케 소설 영리 : 그림자의 뒤편

누마타 신스케는 제 122회 <분가쿠카이>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고 같은 해 제 157회 아쿠타가와상까지 수상하게 되면서
신인상과 아쿠타가와상을 한번에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누마타 신스케의 <영리>란 작품이
그래서 더욱 궁금했던 것 같다.

 

신인으로서 영향력 있는 상을 수상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상실의 시대, 인간의 이면을 담담한 문체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소개가 무척이나 마음에 와닿았기에
더욱 <영리>란 소설이 미칠듯이 궁금해졌던 것 같다.
이미 다른 작가들로부터 받아들였던 일본식의
상실 내지는 무기력함, 염세주의를
동요되지 않는 무덤덤한 문체로 만나왔었기에
영미권이나 북유럽권의 심리 묘사의 그것과 달리
같은 동양권으로서 이해되지는 정서적 이해도가 높기에
누마타 신스케라는 작가가 전해줄 상실의 깊이 또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곤노는 본사에서 근무하다
지방으로 발령받아 내려오게 된다.
그 무렵 결혼을 생각했던 친구와 헤어지게 되어
곤노에게 지방 발령은 고민할 거리가 되지 않는다.
지사로의 발령은 낯선 그 지역 사람들의 억양만큼
곤노가 사람들 틈으로 편하게 녹아들 수 없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딱히 불편할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곤노의 생활에 '히아사'라는 인물이 들어오게 된다.
곤노가 근무하는 제약회사의 물류팀에서 일하며
자신과 달리 서글서글한 성격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와 청주를 좋아하는 공감대로
둘은 금새 친해지게 된다.
한 겨울 낚시할 곳을 찾아 다닐 정도로 친분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개인적으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출근해서야 히아사가 퇴사했다는 것을 사람들한테 듣게 되는 곤노,
매일 보던 얼굴, 함께 낚시를 하고 청주를 기울이며
편하게 이야기하던 시간들은
하루 아침에 단절되버린 히아사의 퇴사로 묘한 감정이 쌓이게 되고
4개월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곤노를 찾아온 히아사는
상조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운을 뗀다.
히아사는 곤노에게 상조회 가입을 권하게 되고
그 후에도 전처럼 낚시를 하게 되는 되지만
전과 같지 않은 불편함내 곤노를 내내 따라다니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그 고독을 내면에 잠식할 것인지 발산하며 살아갈 것인지는
모두 본인의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다.
딱히 고독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눈에 가시처럼 여겨지던 상대방의 불쾌한 행동이
사실은 고독을 감추려 발버둥치던 모습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세상 모든 인간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게 될 때가 있다.

<영리 : 그림자의 뒤편> 이라는 다소 아리송하면서도
심오함이 느껴지는 제목은
곤노와 히아사라는 두 인물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지진이라는 자연재해 앞에서
실은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느닷없이 당한 일격처럼 좋아했던 감정을 느꼈던 사람의
전혀 다른 모습을 마주해야 할 때의 충격은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겠지만
알듯 말듯 묘하게 이어지는 두 사람의 심리와
곤노가 알지 못했던 히아사의 어두운 내면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살아있을 히아사를 찾기 위한 곤노의 모습은
감추고 싶었던 인간의 모습, 절망, 비참함 앞에서도
인간이기에 포기할 수 없고 살아있기에 그것만으로
희망을 품을 수 있음에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느껴져
폐색 짙은 절망감이나 손에서 놓을 듯한 무기력함으로
매듭지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해도 소설이 주는 느낌이 뭔가 굉장히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도 여겨지지 않는 느낌이
딱히 단정할 수 없는 인간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만큼
피부에 와닿아 이질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깊은 공감이 소설을 덮고도 곤노와 히아사에게서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든다.

 

두께감이 얇은 책이지만
책을 덮고 생각해보면 인간 본연의 그것이 그래도 들어있어
두근거림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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