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병주 교수의 조선 산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4월
평점 :
매일경제신문사 / 신병주 교수의 조선산책 / 신병주
<신병주 교수의 조선산책>은 신병주 교수가 언론에 칼럼으로 실었던 글들을 모은 책이다.
1장은 왕, 부흥과 몰락 사이 외줄을 타다. 편으로 대한민국 광화문을 촛불로 가득 채웠던 탄핵의 불길을 조선 시대 연산군과 광해군 반정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일으켜 무고한 죽음을 일으켰고 흥청망청의 어원을 탄생시킨 연산군의 이야기와 임진왜란 분조를 통해 7개월이란 짧은 기간동안 자리를 비운 선조를 대신해 동분서주했었던 광해군이지만 김개시를 총애했던 연유로 인사권까지 장악했던 비선실세의 파국을 맞은 광해군의 이야기가 멀지 않은 미래 대한민국의 그것과 겹쳐 보이는 것은 본질을 잊은 권력자들의 최후는 씁쓸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2장 시대의 위인을 조명하다. 편은 시대를 앞서갔던 신사임당을 비롯해 허난설헌, 황진이를 통해 신분과 여성이라는 제약에서도 빛을 냈던 여성들의 모습과 남한산성 영화를 통해 익숙했던 김상헌과 최명길의 대립은 호란 이후 청으로 끌려갔던 두 선비가 종전엔 서로를 이해하는 영화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마무리를 그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3장 현재를 되새기게 하는 사건과 현장. 편에서는 태조가 조선건국을 이루기 위해 내조를 아끼지 않았던 신덕왕후와 태종과의 악연과 신덕왕후가 죽고 난 후 정릉에 묘가 있던 것을 태종이 옮긴 이야기가 나오는데 신덕왕후에 대한 악감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은 청계천 광통교가 무너지자 정릉의 병풍석과 신장석을 광통교 복구에 사용했던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4장 조선의 빼어난 기술과 문화재에서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정조의 화성행차는 물론 민속화로 우리에게 친근한 책거리와 문자도를 보는 이야기도 흥미로움을 주고 있고 5장 풍류가 넘치는 일상생활사에서는 선비의 육아일기라는 그 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이문건이 손자를 위해 손자가 자라나는 기록을 '양아록'을 통해 남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호랑이의 얼굴과 흡사하여 굵직한 인상을 풍기는 실학자 박지원도 생전에 며느리에게 장을 담가줄 정도로 살가웠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로서, 한 사람으로서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6장 조선의 정책을 엿보다에서는 '역사 속에서 우리가 된 귀화인들'이라는 편이 재미있게 다가왔는데 임진왜란 당시 일본인의 국적을 버리고 김충선이란 이름으로 조선과 함께 일본을 무찔렀던 사야가의 이야기와 조선건국을 다룬 사극에서 항상 이북의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이성계 옆에 항상 붙어있었던 여진족 출신 이지란의 이야기도 볼 수 있다.
<신병주 교수의 조선산책>은 세세하지 않고 짤막한 칼럼형식으로 이루어져있지만 조선시대의 다양한 사건과 왕에서부터 민초들의 삶까지 두루 살펴 볼 수 있어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다양함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짤막한 이야기만큼 한국사에 관심있는 아이들도 함께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