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고전 강의 - 오래된 지식, 새로운 지혜 고전 연속 강의 1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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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표지를 보고서는 선뜻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공자, 장자, 맹자, 순자 등 제자백가의 내용들이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웬지 책표지도 동양고전을 저술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전에 읽은 신영복의 <강의>를 읽은 적이 있어서 또다시 동양 고전을 읽을 생각은 없었다.(물론, <강의>는 무척 재미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그런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래그를 아래로 쭉 내려보니 목차에는 내가 고전하면 익히 생각하던 것들이 아니라 생각 못했던 저자와 책명이 나타났다. '맞아. 서양의 고전도 고전이지'하는 '띵'하는 머리울림속에 유심히 책을 살펴보았고 그리고, 읽었다. 

이런 류의 책들이 장점은 내가 한 사상을 다 흝어 보거나, 또는 책 한권을 다 독파하지 않아도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여러권의 책, 여러 사상을 간략하게라도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책 역시, 고대에서 근대까지의 큰 흐름을 저자의 소개에 따라 따라 갈 수 있어 인문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 누구에게나 읽기 부담없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강유원 선생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출판한 것이서 대화체같은 느낌을 주어 지루하지 않다. 

이 책은 고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속에서 그 시대(사상)을 대표하거나 이끌었던 고전을 저자의 예리한 안목과 입담으로 찬찬히 흝어 내려갔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서사시를 통해서는 고대인들에게 진정으로 명예로운 길은 무엇인지. 어떤 근거/판단으로 인간의 삶을 평가했는지를 설명하였고, 소포클레스의 <안티코네>는 신의 법과 인간의 법간의 충돌을 잘 보여줬다. 이제 이 시대에서는 인간은 신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신에 의탁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이 태동하고 그리고 신의 법과 인간의 법이 충돌하는 시대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이제 사회와 국가를 형성하는 인간이 사회를 통치하는 이상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내용이 잘 나타났다. 이제 사회는 신이 아니라 인간의 철학에서 통치되고 운영되는 시대로 발전하였고 정치는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단테의 <신곡>은 인간의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이상에 대해 보여준다. 고대에서는 인간사회에 대한 이상이었다면 중세의 단테에게는 신의 품안에서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이상이 존재한다. 중세는 기독교의 세계이다. 인간도 그 안에서만 존재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참으로 읽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기존에 갖고 있는 생각은 편견. 그 시대, 마키아벨리와 그의 조국과 시대에 던져진 고민을 타파하고자 하는 그런 배경속에 나타난 사상임을 이해할 수 있다. 서구 근대의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근대 개인주의가 어떠한 철학적 바탕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주체적이지 못한 암흑기를 지난 주체성을 회복한 시기이고 그것을 두들인 '합리주의'를 생각하면 다소 오해가 될 듯 싶다. 합리주의라는 것이 그리 반가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은 이책을 통해 알았다. 이후, 발전해가는 서양사상을 읽어가면서, 너무 인간미 없어지기 시작한다. 로크의 <통치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읽으면서 서양 근대사상이 인간은 없고 물질로서의 인간만이 남게 되는지를 그리고, 근대 서양사상의 절정과 그 문제들을 물살을 타듯 흝어 내려 간다. 현대를 이루고 있는 사상적 배경이 그리 훌륭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면서, 자본주의가 인간의 본성을 자연스럽게 읽어 내었고 그것을 체계화한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타타지 말았어야 할 본성이 강조되면서 발전시켜왔다는 생각이.....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를 부정하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좀 더 고상한 인간의 본성을 근간으로 하였다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벤담의 <파놉티콘>은 정말 절망이다. 이런, 아무리 인간의 본성이 욕심.소유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한데 라는 생각이...  그래도, 공리주의하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그리고, 그 대표적 사상가라하면 웬지 좀 더 고상한 사상위에 공리주의가 전개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몹쓸 것들이 있나'하는 생각. 욱하는 성질이 활활 타오른다. 이런 탐욕과 소유가 제국주의와 두번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결국 서양세계를 형성한 근대의 사상이 역사를 만들어냈다. 파괴와 약탈의 역사와 고통의 역사를.   그래도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통해서는 근대 서양사상과 역사에 대한 반성이 나타난다. 자기조정 시장의 파탄과 물건으로 변해버린 인간을 되짚는다. 반성과 전환이 나타났고 그래야 하는 시점에 냉전주의로 흘러간 역사는 제대로 된 고민없이 또 다시 흘러갔다. 

강유원선생은 이 책의 마지막을 공자의 <논어>로 마무리했다. 그 의도가 무엇일까? 그저 추측해 본다. 어쩌면 돌아가자고 인간을 놓고 인간을 고민하는 그런 사유로, 인간을 물건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고상한 이상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의도는 아닐까. 공자는 인간을 기준으로 삼았고, 역사에 귀결한다고 소개한다. 그래서 두려워할 수 있다고, 독선과 독재에 빠지지 않고 옳음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한가지, 우리가 빠지기 쉬운 착각. 유학하면 아 고리타분한 수구 보수이념, 예의범절이라는 단순한 이 착각은 고이 접어 쓰레기통에 버려 두셔야 한다.) 

이 책은 서양의 사상을 고대에서 근대까지 흝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철학/사상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날 그 세계로 잡아당긴다. 그런 책이었다. 

p.s 

유학은 사고/행동의 기준을 역사에 근거한다고 했고 그래서, 지금 신의 이름으로 이 순간을 무시하고 독단에 빠지지 않고 등등을 얘기하는데 그럼 지금은 날 이해 못해도 '역사가/ 후대가 이해하고 평가해 줄 거라고' 마냥 밀어붙이는 태도도 문제가 될 텐데. 이를 어쩌나, 그럼, 신도 믿고 역사/후대가 평가해 줄거라는 신념으로 똘똘 뭉치면 더욱 큰일이다. 아! 그래서 그러는구나. 정말 큰일이다.  하는 이런 쓸테없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쓸데 없는 생각이...(정말, 쓸데 없는 생각이기를 간절히 빈다.)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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