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7월 23일 

제목이 <파놉티콘>이라서 어떤 책일까 했더니 교도소 설계서이다. 그런데 단순한 설계서가 아니라 그 근저에는 정말 끔직한 이론적 배경이 깔려있었다니, 공리주의라고 하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고 해서 굉장히 좋은 내용인 줄 알았었는데 최근의 읽은 책들을 통해 그 이론 배경에는 세상의 모든 것을 계산하고 철저하게 그 손익을 따져 이익이 많은 것을 채택하고 이익이 없는 것은 무자비하게 버려지는 사람 냄새없는 기계적 합리주의(?)라는 사실에 급 실망했다. 고등학교때 배운바로는 참 좋아보였는데,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최대의 행복을 고민하는 공리주의였는데 완전히 잘못 알았다. 또 한번 느낀 것. 역시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거. 

벤담은 사람의 고통과 쾌락을 계산해서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의 밑바탕에는 사람의 행동과 정서를 합리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한다. 결국 모든 것의 이익을 따져 그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 공리주의라는 것인데, 최대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개인이 무시되어 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의는 무엇인가>에서 언급되었던 공리주의에 대한 내용과 저자가 제기한 의문이 더 쉽게 이해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의 행동들에 대해 너무 계산하고 통제하는 이런 사상이 주요한, 그리고 큰 사상적 한 조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의아한 느낌이다. 어떻게 이렇게 철저하게 물질적인 이익으로 사람을, 사회를 해석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지. 정말 사람냄새 나지 않는 기계세상을 만들어 가는 느낌이다. 

<파놉티콘>을 통해 공리주의 철학의 기본원리, 산업혁명이후 근대인들이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이유, 기계에 맞는 형태로 사회가 조직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가 소개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 제대로 알아야 이런 기계세상을 피해가지 않을까한는 심정. 

이 책에서 소개되는 근대사상의 합리주의, 계몽주의, 과학화가 사회를 진보시키는데 기여한 좋은 것들로만 생각했는데 진보는 아니고 오늘의 사회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사실만은 일게게 한다. 현대사회의 철학에 사람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자연이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물질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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