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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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미스터리를 읽다보면 작가층이 두터운데 매번 놀라게됩니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새로운 작가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쉴새없이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걸 보면 감탄스러우면서 슬쩍 부러워집니다. 미스터리 팬으로 다양한 미스터리를 만날 수 있는건 정말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스터리 팬층이 늘어나면서 오래전 미스터리 작품도 새롭게 출간되는 일도 왕왕 생기다 보니 읽을거리가 넘쳐납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제로의 초점>도 오래된 작품이고 우리나라에도 오래전에 출간되었던 작품인데 새로운 모습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사회파 미스터리를 시작했다고 평가받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제로의 초점>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트릭을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 보다는 사회적 배경과 동기에 초점을 두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내게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조상격인 이 작품을 만나는건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선을 보고 열 살 차이가 나는 겐이치와 서둘러 결혼한 데이코는 불안하지만 행복한 신혼 여행을 보냅니다. 하지만 신혼 여행에서 돌아와 출장을 떠난 겐이치는 돌아오지 않고 실종됩니다. 결혼은 했지만 남편 겐이치에 대해서 아는게 거의 없는 데이코는 남편이 실종된 이유를 찾아보려 합니다. 남편의 회사 사람과 함께 남편이 출장갔던 곳에서 차근차근 그의 발자취를 더듬습니다. 남편의 실종 사건을 더듬을수록 이상한 일들을 맞닥뜨리게되고 데이코는 서서히 진실에 다가갑니다. 그녀의 남편 겐이치는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걸까요.

 

1950년대에 발표된 소설이라 고루한 표현들이 종종 등장하지만 오래된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요즘 미스터리처럼 엄청난 연쇄살인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눈이 내리는 가나자와 지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괜찮은 미스터리였습니다. 물론 세월의 흐름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죠. 50년도 전에 이런 작품이 쓰여졌으니 일본 미스터리의 층이 그렇게 두터울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다른 작품들도 새로운 책으로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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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인생
제이시 두가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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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18년을 도둑맞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해보려해도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막연히 끔찍하겠다, 화가 난다, 절망스럽다는 감정들이 떠다닐뿐 짐작조차 되지않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가족들이 있는 집에 가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 의해 낯선 곳에 감금되어 끔찍한 시간들을 보내야한다면... 며칠동안도 아니고 몇 달도 아니고, 자그마치 18년이나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해야한다면... 생각만으로도 절망적인 기분이 듭니다.

 

이 책의 저자 제이시 두가드는 그런 끔찍한 시간을 겪었습니다. 열 한살이던 어느날 성범죄를 저지르고 가석방 상태인 한 남자에게 납치를 당합니다. 조용히 있지 않으면 무섭게 생긴 개가 공격할거라는 협박에 어린 소녀는 무서움에 떨며 숨죽이고 있습니다. 사방이 막힌 곳에서 소녀는 자유를 잃어버리고 감금당합니다. 그곳에서 성적인 학대를 받고 교육 받을 기회도 얻지 못하고 열 네 살에 첫 아이를 낳고, 열 일곱에 둘째 아이를 낳습니다.

 

자신을 감금하고 통제하는 남자에게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 사람만이 대화 상대가 되고 먹을거리를 갖다주며 모든 일을 처리해주는 상황에 의지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이런 정신적인 혼란을 어린 소녀는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요.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혼란스러움을 소녀는 어떻게 견대낼 수 있었을까요. 열 한살이던 소녀는 스물 아홉살이 되어 자신을 감금하던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감금되어 있던 곳은 외딴 시골도 아니고 아무도 찾지 않는 산 속도 아니었습니다. 이웃이 가까이 있고 가석방 중인 남자를 관리하는 보호관찰관도 드나듭니다. 그런 곳에서 끔찍한 일이 18년 동안 벌어지는데도 그 누구도 발견하고 소녀를 구해주지 못했다는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18년 간 통제를 받아오던 소녀는 스스로 그곳을 탈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잊어버리고 맙니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겨우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갑갑했습니다.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이 세상에는 벌어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참담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상처를 극복해가면서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녀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을 내는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을텐데 말이죠. 그동안의 상처를 빨리 극복해내고 그녀가 사랑하는 딸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빕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을 겪는 사람이 생기질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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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브레이크 호텔
서진 지음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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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 때문인지 책을 읽기 전엔 작가가 여자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책날개에 적힌 소개글을 읽고는 남자인가 싶었지만 <하트 브레이크 호텔>의 첫 작품을 읽으면서는 다시 여자인가 생각하고 두 번째 작품을 읽을땐 또다시 남자인가 했습니다. 소설을 읽을때면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도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가 여자일지 남자일지 짐작이 갈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을수록 알쏭달쏭했습니다. 한없이 여성적으로 느껴지기도하고 때때로 남성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자꾸만 궁금해져서 책을 읽다말고 인터넷 검색을 해서 작가의 프로필을 찾아보고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서진은 2005년에 출간했던 <하트 모텔>이라는 작품을 업그레이드해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라는 소설집으로 재발간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연작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이어져 있진 않지만 세계 곳곳에 있는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공통적으로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랑에 절망하고 마음 아파 하는 사람들의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곳 '하트 브레이크 호텔'의 이야기가 부산, 샌프란시스코, 도쿄, 마이애미, 워싱턴 DC, 라스베가스, 뉴욕을 배경으로 몽환적인 이야기로 펼쳐져 있습니다.

 

소설의 입구와 출구처럼 배치되어 있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황령산 드라이브 1,2>는 여교수를 사랑하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두 번째 허니문>은 신혼여행으로 갔던 샌프란시스코로 자살을 하러 온 노인이 Chew-X란 약을 먹고 신혼여행을 왔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 이야기를, <당신을 위한 테러>는 헤어진 연인을 찾아 난생처음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탄 여자의 이야기를, <미래귀환 명령>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자신이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라는 사실을 듣게되는 이야기를, <내 머릿속의 핸드폰>은 머릿속에 핸드폰이 들어왔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SF적인 색깔을 많이 띄고 있습니다. 사랑을 붙잡고 싶은 사람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머물고 싶은 순간으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시간여행자의 혼란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몽환적인 분위기가 소설 전체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잠깐 등장하는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분위기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만났는데 독특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출간되었던 책도 찾아 읽어보면서 작가 서진의 분위기를 흠뻑 느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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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뿐이다 놀 청소년문학 11
마이클 콜먼 지음, 유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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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라는 단어가 어느새 낯설지 않아졌습니다. 처음에 '왕따'라는 단어를 듣고는 놀랍기도 하고 낯설기만 했었는데 어느새 우리 사회에 익숙한 말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한 두명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처럼 많지도 않았고 요즘처럼 집요한 따돌림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따돌림은 당하는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가해자인 아이들도 모두 상처를 입게 됩니다. 혹여 내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나하는 염려를 많은 부모들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이런 따돌림 문제가 해결될지....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있는건 행복하고 기쁜 일이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왕따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단 둘이 어딘가에 갇히게 되는건 정말 생각만해도 오싹한 일입니다. <우리 둘뿐이다>의 주인공 대니와 토저는 왕따의 피해자와 가해자인데 동굴에 갇혀 함께 있게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습니다. 대니는 수학에 재능이 있지만 괴짜라고 불리며 혼자 있는걸 좋아합니다. 토저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대니를 놀리고 괴롭히지만 자신도 액셀만 선생님에게 '원숭이'라 불리며 사사건건 놀림을 당합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대니의 성격을 바꿔보고자 대니의 부모님은 캠핑에 보냅니다. 그 캠핑에는 대니를 괴롭히는 토저와 그렉, 해리스도 참여하는데 액셀만 선생님은 토저와 그렉, 해리스를 대니와 같은 방에 배정합니다. 침대를 배정하는 일부터 대니는 불이익을 당하고 토저도 그렉과 해리스로부터 바보 취급을 당합니다. 어떻게보면 토저도 친구들에게 대니와 그리 다르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지도를 들고 목표에 다녀오는 미션을 수행하다가 대니와 토저는 액셀만 선생님과 함께 동굴에 갇히게 됩니다. 액셀만 선생님은 굴러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는지 의식이 없고 토저는 겁에 질려 훌쩍입니다. 동굴로 물이 흘러들어와 차오르는데 대니와 토저는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그렇다쳐도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사사건건 학생을 놀리고 괴롭히는걸 보는데 정말 화가 났습니다. 이런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는 절대로 없다고 단언할 수 없어서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돌림이 심해지는것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액셀만 같은 선생님, 내 아이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안하무인의 부모들, 학교만의 문제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사회... 대니와 토저와 같은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는 더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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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황제 -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박영규 지음 / 살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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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그에 대해 잘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했으며, 이유 없는 상실감에 빠졌다." -머리말 中

 

머리말에 있는 이 문장이 내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해줍니다. 나에게 마지막 황제는 고종으로 기억되어 있었고 순종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 본적도 없고 생각하면 불편한 감정만 남았습니다. 엄연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이 우리에겐 왜이렇게 나약하고 희미한 존재로 남았을까요. 일본의 야욕 앞에서 무력하게 무릎 꿇고 말았다는 생각 속에 고종황제와 순종황제를 넣고는 다시는 꺼내보지도 않고 생각의 문을 닫아버렸나봅니다. <길 위의 황제>를 통해서 순종황제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해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순종의 열흘 간의 도쿄 방문이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순종은 일본 총독과 이완용의 협박에 못이겨 도쿄 방문 길에 나섭니다. 그들의 요구는 도쿄에 가서 일본 천황을 알현하라는 것인데 자신이 가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아버지인 고종에게까지 가서 압력을 넣는 그들의 계략에 순종은 도쿄 방문을 결심합니다. 도쿄 방문길에 어려서 볼모로 잡혀간 세자 유길도 만나봅니다. 유길과 나누는 순종의 대화는 힘 없는 나라의 힘 없는 황제의 고뇌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순종은 어렸을 때 일본 군인들이 자신을 지켜주던 환관을 죽이는 모습을 코앞에서 보게되고 어머니 명성황후도 일본 낭인들의 칼에 의해 잃게 되고 자신은 역관 김홍륙이 아편을 탄 커피를 마시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합니다. 아버지 고종의 죽음 또한 독살이라는 무수한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건하게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대한제국의 황제임을 잊지 않았던 순종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강건한 사람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황제였으나 한 번도 황제였던적이 없던 불운한 순종. 한 사람으로 그의 삶을 되짚어보니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그의 고뇌와 좌절, 고통을 짐작한다고 말하는것도 어렵기만 합니다. 그저 나약한 황제였다고 치부해버리고 그의 마음은 헤아려보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평민의 삶을 살고 싶어했고 평민의 삶을 부러워했던 불운한 황제 순종. 그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순종황제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되어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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