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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브레이크 호텔
서진 지음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표지의 그림 때문인지 책을 읽기 전엔 작가가 여자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책날개에 적힌 소개글을 읽고는 남자인가 싶었지만 <하트 브레이크 호텔>의 첫 작품을 읽으면서는 다시 여자인가 생각하고 두 번째 작품을 읽을땐 또다시 남자인가 했습니다. 소설을 읽을때면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도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가 여자일지 남자일지 짐작이 갈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을수록 알쏭달쏭했습니다. 한없이 여성적으로 느껴지기도하고 때때로 남성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으니까요. 자꾸만 궁금해져서 책을 읽다말고 인터넷 검색을 해서 작가의 프로필을 찾아보고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서진은 2005년에 출간했던 <하트 모텔>이라는 작품을 업그레이드해서 <하트 브레이크 호텔>이라는 소설집으로 재발간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는 연작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이어져 있진 않지만 세계 곳곳에 있는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공통적으로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사랑에 절망하고 마음 아파 하는 사람들의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곳 '하트 브레이크 호텔'의 이야기가 부산, 샌프란시스코, 도쿄, 마이애미, 워싱턴 DC, 라스베가스, 뉴욕을 배경으로 몽환적인 이야기로 펼쳐져 있습니다.
소설의 입구와 출구처럼 배치되어 있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황령산 드라이브 1,2>는 여교수를 사랑하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두 번째 허니문>은 신혼여행으로 갔던 샌프란시스코로 자살을 하러 온 노인이 Chew-X란 약을 먹고 신혼여행을 왔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 이야기를, <당신을 위한 테러>는 헤어진 연인을 찾아 난생처음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탄 여자의 이야기를, <미래귀환 명령>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자신이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라는 사실을 듣게되는 이야기를, <내 머릿속의 핸드폰>은 머릿속에 핸드폰이 들어왔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SF적인 색깔을 많이 띄고 있습니다. 사랑을 붙잡고 싶은 사람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머물고 싶은 순간으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시간여행자의 혼란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몽환적인 분위기가 소설 전체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잠깐 등장하는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분위기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만났는데 독특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출간되었던 책도 찾아 읽어보면서 작가 서진의 분위기를 흠뻑 느껴봐야겠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