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그에 대해 잘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했으며, 이유 없는 상실감에 빠졌다." -머리말 中 머리말에 있는 이 문장이 내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해줍니다. 나에게 마지막 황제는 고종으로 기억되어 있었고 순종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 본적도 없고 생각하면 불편한 감정만 남았습니다. 엄연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이 우리에겐 왜이렇게 나약하고 희미한 존재로 남았을까요. 일본의 야욕 앞에서 무력하게 무릎 꿇고 말았다는 생각 속에 고종황제와 순종황제를 넣고는 다시는 꺼내보지도 않고 생각의 문을 닫아버렸나봅니다. <길 위의 황제>를 통해서 순종황제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감해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순종의 열흘 간의 도쿄 방문이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순종은 일본 총독과 이완용의 협박에 못이겨 도쿄 방문 길에 나섭니다. 그들의 요구는 도쿄에 가서 일본 천황을 알현하라는 것인데 자신이 가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아버지인 고종에게까지 가서 압력을 넣는 그들의 계략에 순종은 도쿄 방문을 결심합니다. 도쿄 방문길에 어려서 볼모로 잡혀간 세자 유길도 만나봅니다. 유길과 나누는 순종의 대화는 힘 없는 나라의 힘 없는 황제의 고뇌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순종은 어렸을 때 일본 군인들이 자신을 지켜주던 환관을 죽이는 모습을 코앞에서 보게되고 어머니 명성황후도 일본 낭인들의 칼에 의해 잃게 되고 자신은 역관 김홍륙이 아편을 탄 커피를 마시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합니다. 아버지 고종의 죽음 또한 독살이라는 무수한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건하게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대한제국의 황제임을 잊지 않았던 순종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강건한 사람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황제였으나 한 번도 황제였던적이 없던 불운한 순종. 한 사람으로 그의 삶을 되짚어보니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그의 고뇌와 좌절, 고통을 짐작한다고 말하는것도 어렵기만 합니다. 그저 나약한 황제였다고 치부해버리고 그의 마음은 헤아려보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평민의 삶을 살고 싶어했고 평민의 삶을 부러워했던 불운한 황제 순종. 그의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순종황제에 대해 조금 더 알게되어 감사했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