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욕망, 그림으로 읽기 아트가이드 (Art Guide) 11
스테파노 추피 지음, 김희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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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 가면 길을 걷다가 화랑에 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사람이 없어 조용한 곳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 두명 쯤 관람객이 있는 곳에 들어가면 부담이 덜해서 작은 화랑을 가끔 이용합니다. 어쩌다보면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림에 조예가 깊지않아 가치가 높은 작품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이 끌리는 그림이 있습니다. 화랑을 한 바퀴 돌고 다시 그 그림 앞에 서서 한참을 봅니다. 큐레이터에게 그림 가격을 묻고 싶지만 분명 생각보다 가격이 높아 사지 못할게 뻔해서 묻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그림을 마음에 담아두고 다음을 기약하지만 인사동에 다시 왔을때쯤엔 이미 그 그림의 전시는 끝난 후가 되곤합니다.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그 그림은 어디로 갔을까, 그림은 팔렸을까, 아니면 작가의 집으로 다시 돌아갔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인사동에 갈 기회도 많지 않고 전시회에 갈 기회도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은 책으로 달랩니다. 명화를 다룬 책이 많이 나와있어서 책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물론 작품을 직접 보는것과 같은 감동을 받을 순 없겠지만 세상 곳곳에 있는 명화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건 정말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은 도서관에서 화집을 구해서 보기도 하고 말이죠. 책으로 명화를 만나는 좋은 점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말고도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있습니다. 먼저 그림을 본 후에 설명을 읽고 그림을 다시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입니다.

 

<사랑과 욕망, 그림으로 읽기>는 다양한 그림을 '사랑과 욕망'이라는 주제로 묶어서 볼 수 있는 책입니다.

1장 제스처, 상징 사물 / 2장 사랑의 장소 / 3장 애정과 열정 / 4장 에로스 / 5장 세기의 남녀

5장으로 나뉘어 있고 다시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렇게 주제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놓은게 책을 읽는 동안 그렇게 큰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과 욕망'이라는 주제가 흐르고 있다고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키스, 포옹, 이별, 침대, 숲, 연인, 결혼, 질투, 배신, 창녀, 게이, 정욕, 아담과 이브, 롯과 딸들, 삼손과 들릴라, 유딧과 홀로페르네스 등 다양한 소재의 그림들이지만 크게는 '사랑과 욕망'이라는 주제로 묶여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정말 그림이 많다는 점입니다. 화집이라고 해도 될만큼 글 보다는 그림과 사진 위주의 책입니다. 처음엔 그림과 사진을 쭈욱 훑어보고 다시 처음부터 글과 함께 봤습니다. 그림의 세부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설명이 4~5개씩 있는데 작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그림 전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4~5개의 설명에 그림 전체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들어있긴 하지만 조금 아쉬웠습니다.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설명이 길어졌다면 지금처럼 많은 그림과 사진이 실리기 어려웠을테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흐름이 이어지는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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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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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예술가 중에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 참 많습니다. 꼭 극한의 고통을 겪어야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예술가의 삶에서 비참하고 고통스러웠던 부분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보다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살다 간 예술가들에게 관심이 더 쏠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예술가들을 만날때면 예술을 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 보고나면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 전시회에 가기 전에는 작가에 관한 책을 한 권 읽고 가고는 합니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 <예술, 상처를 말하다>도 예술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뒷모습을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로 읽었습니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데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고흐의 작품임이 분명한 표지의 그림은 이 책 속에서 예술가들의 고뇌를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고뇌를 했으며 어떤 작품을 남겨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투영시켰는지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그런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예술가들의 삶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아니었고 그들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그게 꼭 이 책의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게는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로댕의 연인으로 알려져 있는 카미유 클로델의 인정받지 못한 삶에 대해 저자는 안타까워하다못해 분노하고 있다는게 느껴졌습니다. 로댕에게 버림 받고, 가족에게 버림 받고, 조각가로도 인정 받지 못하고 냉대받다 30년 간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다가 죽음을 맞은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그녀의 작품만은 제대로 평가 받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자신의 귀를 자른 일이 널리 알려져 있는 고흐, 여러 차례의 수술로 몸은 망가져가지만 치열한 삶을 살았던 프리다 칼로, 잘 알지는 못했지만 고독한 삶을 살다 간 권진규, 원래의 자신인 워홀라를 버리고 화려한 워홀의 삶을 살길 원했던 앤디 워홀 등... 이 책에서 열 명의 예술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얕은 지식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장황하게 부연 설명을 많이 쓰는 문장을 싫어합니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장을 좋아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문장을 두 세번 읽는 일이 많았습니다. 낯선 단어가 많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문장이 장황해서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각 예술가들에 대한 삶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 아니라 그들이 왜곡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예술가에 대한 평론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예술가들에 관한 책을 한 권, 한 권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흐와 프리다 칼로에 관한 책은 읽은 적이 있으니 이번엔 카미유 클로델에 관한 책을 읽어 봐야겠습니다. 그녀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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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가 좋아요 - 엄마 손으로 직접 만드는 출산용품·소품·아이 옷
박은희 지음 / 그책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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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그만 무장해제 되어버리고 맙니다. <핸드메이드가 좋아요> 책의 표지를 봤을때도 그랬습니다. 금방이라도 일어나 폴짝폴짝 뛸것 같은 아이의 모습, 달처럼 가늘어진 눈, 활짝 핀 꽃처럼 열린 입.. 보고만 있어도 내 입꼬리도 따라 올라가고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습니다. 내 아이가 아님에도 이렇게 이쁜데 아이의 부모는 어떤 마음일까요. 모든걸 다 주고 싶은, 있는대로 사랑해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겠지요. 내 아이에게 특별한 것, 소중한 것, 예쁜 것을 주고 싶은건 모든 부모의 마음일겁니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걸 무조건 다 해주는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고, 비싸기만하다고 좋은게 아니란걸 알고 있습니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깃든것이 진정 특별한 것이란걸 이제는 압니다.

 

언제부터인가 좋은 재료를 골라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요리를 해주듯이 좋은 원단을 골라 엄마만의 옷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직 '엄마'도 아니면서 말이죠. 워낙 손으로 무언가를 꼼지락 꼼지락 만드는걸 좋아하는터라 옷 만들기에도 관심이 많아서 할머니에겐 블라우스와 반바지를, 조카에겐 원피스와 털코트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커버린 조카에게 만들어줬던 옷은 내가 아이를 낳으면 입히려고 다시 뺏어와서 옷장에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서 선물했던 옷은 신경도 쓰지 않는데 내가 직접 만들어 줬던 옷은 애착이 가더라구요.

 

<핸드메이드가 좋아요>는 아이에게 직접 옷을 만들어 입히고 싶은 사람에게 아주 괜찮은 책입니다. 배냇 저고리 부터 손싸개, 발싸개, 딸랑이, 양면 이불, 보닛, 러플 블라우스, 슬리브리스 원피스, 코지 팬츠, 파자마, 러플 소매 원피스, 머릿수건과 앞치마 등등 다양한 옷과 소품들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책의 첫부분에는 바느질의 도구와 좋은 원단 고르는 법, 기초 바느질 등을 싣고 있는데 옷만들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한 팁이 됩니다. 실물 패턴도 실려 있어서 원하는 패턴을 오려서 사용할수도 있게 만들었는데 여러 패턴이 겹쳐 있어서 복사해서 사용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실물 패턴도 좋지만 패턴을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줬으면 다양하게 이용하는데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출산용품부터 자란 아이의 옷과 소품까지 다양한 만들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를 갖은 임산부에게 선물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아이에게 입힐 배냇 저고리와 딸랑이, 손싸개, 발싸개 등을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들다 보면 태교가 절로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 아이와 부모가 같은 옷을 커플룩으로 입은 모습을 보면 행복해 보이던데 같은 옷감으로 아이는 원피스를, 아빠는 셔츠를, 엄마는 치마를 만들어서 입으면 정말 좋겠네요. 그런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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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콩 밥상
여익현 지음 / 미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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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가 절실한 나... 다행히 두부를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가끔 과식했다 싶은 날이나 다음날에는 한, 두 끼 정도 밥 대신 두부만 먹기도 합니다. 그저 데친 두부를 간장 살짝 찍어 먹는다던가 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먹곤 했는데 좀 더 다양한 요리법을 알고 있으면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데 좋겠다 싶었는데 이 책 <두부 콩 밥상>이 눈에 띄어 반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두부, 콩 등을 이용해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다이어트를 한다면 좋아하는 두부를 먹으면서 하는 다이어트라 무작정 굶거나 한 가지 음식만 먹으면서 하는 다이어트보다 훨씬 덜 힘들거라 생각됩니다. 책을 보기도 전에 이미 다이어트에 성공한 기분이 들었습니다ㅎㅎ

 

<두부 콩 밥상>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두부와 콩을 이용한 요리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단백질, 필수지방산,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이소플라본, 사포닌, 레시틴 등 우리 몸에 좋은 풍부한 영양소가 알차게 들어 있는 콩. 콩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콩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 재료들로는 콩물을 굳혀 만드는 두부, 즙을 낸 두유,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된장과 청국장, 콩으로 키우는 콩나물, 콩의 기름을 짠 콩기름 등이 있습니다. 콩을 이용한 다양한 재료들이 이렇게 많다는걸 이 책을 보면서 새삼 알게됐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재료가 많아서 더 좋았습니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Part 1. 우리 가족 매일 두부.콩 밥상 / Part 2. 우리 아이를 위한 두부.콩 밥상 / Part 3. 엄마를 위한 다이어트 두부.콩 밥상 /

Part 4. 전문점 요리 따라잡는 두부.콩 밥상 / Part 5. 약보다 좋은 두부.콩 밥상 처방전

 

1장에서는 두부 떡갈비, 콩나물 잡채, 콩비지 두부전, 순두부 찌개, 유부 조개탕, 해장 콩나물국 등 우리가 매일 먹을 수 있는 반찬들과 국, 찌개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찌나 먹고 싶은 요리가 많던지 침을 삼켜가면서 책을 봐야했습니다. 2장에서는 두부 김밥, 콩비지 타락죽, 두유 계란찜, 두부 샤브레 쿠키, 두유 푸딩 등 아이들이 좋아할 콩 요리가 가득합니다. 다이어트 중인 내게 제일 필요했던 3장에서는 두부 채소 꼬치구이, 콩비지 국수, 숙주 닭가슴살 샐러드, 두부 샌드위치 등 다이어트 식단에 활용하면 좋을 요리가 들어 있습니다. 4장에서는 두부 탕수육, 두부 카레, 검은콩 마파두부, 유부 해물 토마토 스파게티 등 특벼한 요리가, 5장에서는 고혈압, 당뇨병 등에 도움이 되는 약이 되는 밥상을 알려줍니다.

 

워낙 두부, 콩 요리를 좋아하는터라 책장을 넘기면서 군침이 절로 돌았습니다. 몸에 좋으니까 무조건 먹으라고 강요할게 아니라 이렇듯 다양하게 맛있고 멋있는 콩 요리를 만들어 준다면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날 먹었던 방법으로만 두부, 콩 요리를 먹을게 아니라 다양한 요리로 맛있는 두부, 콩 요리를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우선, 4장에서 다뤄진 다이어트 두부, 콩 밥상으로 다이어트에 매진한 후에 다른 맛있는 요리도 많이 만들어 먹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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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 - 슈퍼마켓 점원이 된 신부님과 어쭈구리들의 달콤 쌉쌀한 인생 블루스
사이먼 파크 지음, 전행선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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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장소가 있을까 싶습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물건들이 그곳에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쪼르르 달려가 필요한 물건을 사올 수 있는 곳이니 말이죠. 일주일에 서너번은 슈퍼마켓에 들르면서도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사서 계산을 하고 돌아오는걸로 슈퍼마켓에서의 볼 일은 다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슈퍼마켓에 전직 신부님이 계신다면 호기심에 기웃거렸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사이먼 파크 신부님처럼 말이죠. 신부님이 무슨 일로 슈퍼마켓에 가셨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는 20년 동안 영국 국교회 신부로 활동했던 사이먼 파크의 실경험담을 쓴 책입니다. 사이먼 파크는 20년 동안의 신부 생활을 청산하고 슈퍼마켓에서 3년간 일했던 경험을 이 책에 담았고 지금은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매주 토요일 <데일리 메일>에 15개월간 연재했던 슈퍼마켓 일지를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20년 간 사제직에 있다가 어떻게든 살게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사제직을 내놓지만 특별한 경력도 없고 나이도 많은 탓에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하는 이야기는 요즘 구직난으로 어려워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책은 슈퍼마켓에서 일하면서 겪는 소소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쩌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좋은 말로 개성이 넘칩니다. 책 제목이 '어쭈구리들이 산다'인게 괜한 말이 아니란게 느껴지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여자 훔쳐보기를 좋아하는 부매니저, 도둑을 잡아야 하는 보안 요원은 도둑을 잡지 않고, 나이지리아 출신의 청소부, 방글라데시에서는 부유하게 생활했지만 런던에 와서 빈곤한 생활을 하는 청년.... 슈퍼마켓이 서민적인 공간이라 가난한 이민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삶의 무게가 더 무거울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다지 어둡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책 소개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배꼽 빠지게 웃기지는 않지만 문득 문득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영국인과 한국인의 웃음 코드가 달라서 그런지 기대만큼 재미있거나 웃기지 않았습니다. 20년 간이나 신부로 살던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큰 용기는 책 내용과 관계 없이 진한 울림을 줍니다. 엉뚱한 결론일지 모르지만 인생의 물줄기를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도 그렇게 인생의 물줄기를 바꾼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살펴봐야겠습니다 ㅎㅎ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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