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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평점 :
유명한 예술가 중에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 참 많습니다. 꼭 극한의 고통을 겪어야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예술가의 삶에서 비참하고 고통스러웠던 부분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보다는 극한의 고통 속에서 살다 간 예술가들에게 관심이 더 쏠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예술가들을 만날때면 예술을 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 보고나면 그의 작품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 전시회에 가기 전에는 작가에 관한 책을 한 권 읽고 가고는 합니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 <예술, 상처를 말하다>도 예술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뒷모습을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로 읽었습니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데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고흐의 작품임이 분명한 표지의 그림은 이 책 속에서 예술가들의 고뇌를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고뇌를 했으며 어떤 작품을 남겨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투영시켰는지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그런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예술가들의 삶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은 아니었고 그들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그게 꼭 이 책의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게는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로댕의 연인으로 알려져 있는 카미유 클로델의 인정받지 못한 삶에 대해 저자는 안타까워하다못해 분노하고 있다는게 느껴졌습니다. 로댕에게 버림 받고, 가족에게 버림 받고, 조각가로도 인정 받지 못하고 냉대받다 30년 간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다가 죽음을 맞은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그녀의 작품만은 제대로 평가 받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자신의 귀를 자른 일이 널리 알려져 있는 고흐, 여러 차례의 수술로 몸은 망가져가지만 치열한 삶을 살았던 프리다 칼로, 잘 알지는 못했지만 고독한 삶을 살다 간 권진규, 원래의 자신인 워홀라를 버리고 화려한 워홀의 삶을 살길 원했던 앤디 워홀 등... 이 책에서 열 명의 예술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얕은 지식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장황하게 부연 설명을 많이 쓰는 문장을 싫어합니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장을 좋아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문장을 두 세번 읽는 일이 많았습니다. 낯선 단어가 많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문장이 장황해서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각 예술가들에 대한 삶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 아니라 그들이 왜곡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의 예술가에 대한 평론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예술가들에 관한 책을 한 권, 한 권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흐와 프리다 칼로에 관한 책은 읽은 적이 있으니 이번엔 카미유 클로델에 관한 책을 읽어 봐야겠습니다. 그녀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