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 - 슈퍼마켓 점원이 된 신부님과 어쭈구리들의 달콤 쌉쌀한 인생 블루스
사이먼 파크 지음, 전행선 옮김 / 이덴슬리벨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슈퍼마켓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장소가 있을까 싶습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물건들이 그곳에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쪼르르 달려가 필요한 물건을 사올 수 있는 곳이니 말이죠. 일주일에 서너번은 슈퍼마켓에 들르면서도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사서 계산을 하고 돌아오는걸로 슈퍼마켓에서의 볼 일은 다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슈퍼마켓에 전직 신부님이 계신다면 호기심에 기웃거렸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의 저자인 사이먼 파크 신부님처럼 말이죠. 신부님이 무슨 일로 슈퍼마켓에 가셨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슈퍼마켓엔 어쭈구리들이 산다>는 20년 동안 영국 국교회 신부로 활동했던 사이먼 파크의 실경험담을 쓴 책입니다. 사이먼 파크는 20년 동안의 신부 생활을 청산하고 슈퍼마켓에서 3년간 일했던 경험을 이 책에 담았고 지금은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매주 토요일 <데일리 메일>에 15개월간 연재했던 슈퍼마켓 일지를 책으로 묶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20년 간 사제직에 있다가 어떻게든 살게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사제직을 내놓지만 특별한 경력도 없고 나이도 많은 탓에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하는 이야기는 요즘 구직난으로 어려워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책은 슈퍼마켓에서 일하면서 겪는 소소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쩌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좋은 말로 개성이 넘칩니다. 책 제목이 '어쭈구리들이 산다'인게 괜한 말이 아니란게 느껴지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여자 훔쳐보기를 좋아하는 부매니저, 도둑을 잡아야 하는 보안 요원은 도둑을 잡지 않고, 나이지리아 출신의 청소부, 방글라데시에서는 부유하게 생활했지만 런던에 와서 빈곤한 생활을 하는 청년.... 슈퍼마켓이 서민적인 공간이라 가난한 이민자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삶의 무게가 더 무거울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다지 어둡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책 소개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배꼽 빠지게 웃기지는 않지만 문득 문득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영국인과 한국인의 웃음 코드가 달라서 그런지 기대만큼 재미있거나 웃기지 않았습니다. 20년 간이나 신부로 살던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려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큰 용기는 책 내용과 관계 없이 진한 울림을 줍니다. 엉뚱한 결론일지 모르지만 인생의 물줄기를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도 그렇게 인생의 물줄기를 바꾼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살펴봐야겠습니다 ㅎㅎ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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