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되옵니다 - 5천년 한중 역사 기록이 증언하는 올바른 권력
이동식 지음 / 해피스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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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연히 일어나 '아니오'라고 대답할 용기,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예'라고 말 할 용기를 지니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봐도 자신의 신념을 지니고 소신을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희박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당론이라는 명목하에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의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완전 찬성, 반대에 손을 드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참 답답해집니다. 그많은 사람 중에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건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권력을 향해 반기를 드는,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손을 들어줄 그럴 사람을 정치인으로 뽑아야 하는데 어찌된일인지 그런 정치인을 보기가 힘듭니다. 어쩌면 제대로 된 정치인을 국회에 들여보내지 못하는 우리의 잘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되옵니다>는 권력을 향해 감히 '아니되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한국과 중국의 신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왕권시절에 왕명에 반하는 의견을 내거나 행동을 하면 관직을 잃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것을 무릅쓰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왕의 권력이 모든것을 좌우하는 일방적인 체계는 아니었습니다. 만일 왕이든 신하든 한쪽이 일방적으로 강한 힘을 갖는다면 폭정이 벌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강하지 않았고 왕과 신하들의 힘이 서로 견제하며 올바른 정치를 이루고자 했습니다. 권력이 집중될때 벌어질 수 있는 좋지 않은 일들은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이 쉽고 수월하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데다가 책의 문장이 장황하게 느껴져 눈에 쏙 들어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요즘 우리 나라의 정치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얼마전 치른 19대 총선은 내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방송이 파업중인데다 주요 언론은 다뤄야할 사안들을 침묵해버리니 중요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 유권자에게 가닿지 않았고 선거결과는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올해에는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 모르겠지만 부디 권력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국민을 향해 머리를 조아릴 수 있는, 뚜렷한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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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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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가 돌아가는걸 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과거로의 회귀가 목표인지 군사정권이 저질렀던 일들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앞에서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실제 벌이는 일을 보면 어이가 없어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이번 민간인 사찰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실 이렇게 엄청난 사건임에도 우리 사회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보수 언론은 말할것도 없고 공중파 방송에서조차 이 문제를 크게 보도하지 않고 덮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태를 보고나니 정권이 왜그리 언론을 장악하고 싶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으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게 되니 말이죠. 민간인 사찰 문제로 김제동씨의 이름이 거론되었는데 방송에서 퇴출당하고 불법 사찰까지 받았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책은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 이은 두 번째 책입니다. 행동하는 지성 백낙청 선생, 요즘 대세론에 휩싸여 있는 안철수, 경제전문가이자 시골의사 박경철, 또 다른 대세론 문재인 이사장, 보수 세력에 뭇매를 맞고 있는 곽노현 교육감, 온 몸으로 현정부와 맞짱 뜨고 있는 김어준 총수 등 사회적인 인사들 뿐만 아니라 두말이 필요없는 가수 조용필, 김제동과 비슷한 수난을 겪고 있는 윤도현, 요즘 새롭게 봉사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효리, 남자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하정우 등 대중적인 인사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인터뷰가 너무 짧다는건데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김제동씨는 평소에 정치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는 정치적인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는 사람일뿐입니다. 실례로 김제동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사회를 보기도 했는데 그들의 판단대로 김제동씨가 정치적인 소신이 강하다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사회를 봤을까 의문스럽습니다. 그저 힘 없는 사람들 편에 서다보니 힘 있는 사람 편에 있는 사람들 눈 밖에 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인간 김제동은 따뜻해 보입니다. 외로워 보입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게 아니라 몸을 낮추고 눈을 맞추어 사람을 봅니다. 그의 인터뷰도 그래서 따뜻합니다. 용감하게 약한 사람들 편에 서 있는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 되기를 빕니다. 이 책이 마지막 책이 아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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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민낯 - 잡동사니로 보는 유쾌한 사물들의 인류학
김지룡.갈릴레오 SNC 지음 / 애플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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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을 둘러보면 온갖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고 버리며 소비하고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물건의 노예로 살지 않겠다며 최소한의 물건만을 소유하고 살아간다고 하던데 나는 왜이리 끊임없이 필요한 것이 생기는건지... 수많은 물건을 내가 소유하고 있는건지 물건이 나를 소유하고 있는건지 하는 문제는 뒤로하고 이 많은 물건들의 출생에 관해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책은 어떻게 생겨났을지, 피아노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수많은 화장품은 언제부터 만들어지고 쓰이게 됐는지, 거울은 어떤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내가 수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물건들이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자리잡을 때까지 어떤 착오를 거치며 왔을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사물의 민낯>은 다양한 사물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에 적합한 책입니다. 책은 은밀한 것들, 익숙한 것들, 맛있는 것들, 신기한 것들, 재미있는 것들,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기원전 4천 년부터 시작된 피임의 역사는 미혼 여성에겐 판매를 하지 않는 등 지금 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지만 수많은 착오 끝에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눈이 작은 여동생을 위해 오빠가 바셀린에 석탄가루를 넣어 만들었던 최초의 마스카라, 처음엔 마녀가 만들어낸 도구로 터부시 되었지만 귀족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게 된 포크, 서양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의 시초가 동양이었다는 사실, 콘플레이크의 양대 산맥인 포스트와 켈로그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 카사노바의 발명품인 복권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발명품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어떤 발명품은 널리 쓰이면서 생명을 유지해가고 어떤 발명품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그런 과정을 거쳐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물건들로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그 모습이 조금씩 조금씩 발전, 변화해 가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많은 사물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조사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노고 덕분에 편하게 책 한 권으로 사물의 민낯을 만나게 되어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저자의 이전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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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농부의 농사 이야기 - 행복을 일구는
조우상 지음 / 치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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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농산물 오염에 대한 보도가 나오거나 수입 농산물 관리가 엉망이라는 보도를 보면 마음이 갑갑해집니다. 도시에서 먹거리는 판매되는 것으로 온전히 해결해야하는데 이렇게 먹거리에 대한 안좋은 뉴스를 보면 근심이 커져만갑니다. 가급적 유기농 제품으로 골라서 먹고 싶지만 사실 유기농이라고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무한 신뢰를 하고 있진 않습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길러 먹는건데 도시에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복잡한 도시 생활을 접고 조금은 한적한 시골에서 텃밭 가꾸면서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텃밭에서 직접 길러서 먹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지 구체적인 농사 방법을 공부하거나 배워본 적은 없습니다. 이 책은 자칭 초보 농부의 농사 방법을 싣고 있어서 공부 삼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집어들었습니다. 이 책의 작가를 처음 만난건 딴지일보를 통해서였습니다. 건강한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초보 농부의 이야기가 어렵지 않고 재미있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나왔다니 반가웠습니다. 막연한 전원 생활을 꿈 꾸는데 그치지 않고 비록 텃밭이지만 작게 농사를 지을 꿈도 있으니 친환경 농법을 배우고 싶은 생각에 이 책이 마냥 반가웠습니다.

 

토종 씨앗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나라 종묘 회사들이 외국의 종묘 회사에 밀려 겨우 한 두 회사만 남아 있다는 사실, 이렇게 종묘 회사가 무너지고 나면 씨앗이 무기가 될 수도 있고 먹거리 시장이 무너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매를 맺어 수확한 후에 다음 해의 수확을 위해 씨앗을 받아도 그 씨앗에서는 작물이 잘 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종묘 회사에서 자신들의 씨앗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불임성 씨앗'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그나마 희망이 있는건 토종 씨앗을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을 따르는 태평농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작물 이외의 풀을 뽑아주고, 풀이 자라지 말라고 검은 비닐을 씌우는 등 작물을 자연에서 고립시키는 농사를 지을것이 아니라 다른 작물들과 어울려 도움을 받고 경쟁해서 더 튼튼하게 자라게 만든다는 태평농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쯤 도시 생활을 접고 텃밭을 가꾸며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순응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런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보고 싶습니다. 그 때에도 이 책이 큰 도움이 될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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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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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에 쓰여있는 작가의 소개글을 보니 엄청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듭니다. 프랑스 메디치상, 미국의 E.M 포스터상, 독일 구텐베르크상, 이탈리아 그린차네카부르상, 프랑스 페미나상, 독일의 셰익스피어상, 오스트리아 국가 대상 등 유럽 대부분의 문학상을 휩쓸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는 슈발리에 문예 훈장, 오피시에 문예 훈장, 코망되르 문예 훈장을 수여받았고 이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쟁쟁한 이력의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맨부커상 수상작에 대한 믿음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때로는, 아니 자주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지난 사랑을 떠올리면 행복했던 일, 내가 잘못했던 일, 기뻤던 일만 떠오르고 그 사람과 힘들었던 일, 아팠던 일은 기억 저편으로 꽁꽁 감춰두는것처럼 말이죠. 현재가 과거가 되는 순간 기억은 편리한대로 재편집되어 저장됩니다. 내가 누군가를 아프게 했던 일들은 잊어버리고 온전히 내 입장에서만 기억해 놓습니다. 친구들과 예전일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내 기억과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갸우뚱하기도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만의 기억들이 더욱 공고해져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 둔 네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야기의 화자인 토니 웹스터와 앨릭스, 콜린, 그리고 전학생 에이드리언 핀. 남다른 총명함과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에이드리언을 친구들은 좋아하고 자신과 더 친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후에도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이어나갑니다. 토니는 여자친구 베로니카를 만나고 촌스럽지만 순수한 연애를 합니다. 하지만 토니는 영문을 모른채 이별을 하게되고 얼마후에는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토니는 평범하고 평안한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혼은 했지만 전부인과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고 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의 평범한 삶은 한 통의 유언장을 받게 되면서 격랑에 휘말리게 됩니다. 젊은시절 여자친구였던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토니에게 남긴 에이드리언의 일기장과 500파운드의 돈을 토니에게 유산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하지만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은 베로니카가 내어주지 않고 자신이 에이드리언에게 보냈던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면서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잔잔하 파도가 점점 커져서 폭풍으로 변하듯이 이야기는 뜻하지 않은 방향에서 충격을 줍니다. 토니의 어긋난 기억을 따라 잔잔히 이야기를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부랴부랴 앞부분부터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사실들이 보입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책을 읽고나서 나의 기억 속에는 얼마나 왜곡된 진실이 숨어있을까 잠깐 생각하다 말았습니다. 어쩌면 숨어있을지도 모를 진실을 마주하기가 겁이 납니다. 줄리언 반스의 책을 처음 만났는데 느낌이 좋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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