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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책날개에 쓰여있는 작가의 소개글을 보니 엄청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듭니다. 프랑스 메디치상, 미국의 E.M 포스터상, 독일 구텐베르크상, 이탈리아 그린차네카부르상, 프랑스 페미나상, 독일의 셰익스피어상, 오스트리아 국가 대상 등 유럽 대부분의 문학상을 휩쓸었다고 합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는 슈발리에 문예 훈장, 오피시에 문예 훈장, 코망되르 문예 훈장을 수여받았고 이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쟁쟁한 이력의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맨부커상 수상작에 대한 믿음으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때로는, 아니 자주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지난 사랑을 떠올리면 행복했던 일, 내가 잘못했던 일, 기뻤던 일만 떠오르고 그 사람과 힘들었던 일, 아팠던 일은 기억 저편으로 꽁꽁 감춰두는것처럼 말이죠. 현재가 과거가 되는 순간 기억은 편리한대로 재편집되어 저장됩니다. 내가 누군가를 아프게 했던 일들은 잊어버리고 온전히 내 입장에서만 기억해 놓습니다. 친구들과 예전일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내 기억과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갸우뚱하기도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만의 기억들이 더욱 공고해져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 둔 네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야기의 화자인 토니 웹스터와 앨릭스, 콜린, 그리고 전학생 에이드리언 핀. 남다른 총명함과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에이드리언을 친구들은 좋아하고 자신과 더 친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후에도 서로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이어나갑니다. 토니는 여자친구 베로니카를 만나고 촌스럽지만 순수한 연애를 합니다. 하지만 토니는 영문을 모른채 이별을 하게되고 얼마후에는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토니는 평범하고 평안한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혼은 했지만 전부인과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고 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의 평범한 삶은 한 통의 유언장을 받게 되면서 격랑에 휘말리게 됩니다. 젊은시절 여자친구였던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토니에게 남긴 에이드리언의 일기장과 500파운드의 돈을 토니에게 유산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하지만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은 베로니카가 내어주지 않고 자신이 에이드리언에게 보냈던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면서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잔잔하 파도가 점점 커져서 폭풍으로 변하듯이 이야기는 뜻하지 않은 방향에서 충격을 줍니다. 토니의 어긋난 기억을 따라 잔잔히 이야기를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부랴부랴 앞부분부터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사실들이 보입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책을 읽고나서 나의 기억 속에는 얼마나 왜곡된 진실이 숨어있을까 잠깐 생각하다 말았습니다. 어쩌면 숨어있을지도 모를 진실을 마주하기가 겁이 납니다. 줄리언 반스의 책을 처음 만났는데 느낌이 좋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